담보권 실행 임의경매 1477건→2824건으로 늘어
주담대 금리 2배 증가하자 고액대출자·영끌족 못버텨
집값 하락에 담보가치 하락...임의경매 증가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 오피스텔, 빌라, 아파트형 공장을 비롯한 집합건물 물량이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대로 치솟자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내림세가 주춤해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강제적으로 경매에 내몰리는 주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고금리 여파 본격화...임의경매 1477건→2824건
6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2824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477)보다 91.2% 증가했다.
집합건물이란 1개 동의 건물이 구조상 독립된 부분으로 나뉜 것을 말한다. 각각의 독립된 부분은 개별적으로 구분등기를 할 수 있다. 아파트,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아파트형공장 등이 집합건물에 해당한다.
집합건물의 임의경매 건수는 작년 상반기에는 매월 1700~1900건 안팎에서 움직이다 금리인상이 가팔라진 하반기에 들어 2000건을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3000건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이 밀집한 대도시 지역의 임의경매 건수가 늘었다. 서울은 지난해 2월 151건에서 지난 2월에는 142.4% 증가한 366건을 기록했다. 전달(264건)과 비교해도 38.6% 증가한 수치다. 경기도 집합건물의 임의경매는 지난해 2월 336건에서 지난 2월 760건으로 126.2% 늘었다.
같은 기간 인천은 135건에서 266건 97.0%, 부산은 128건에서 336건으로 162.5%, 대구 33건에서 84건으로 154.5% 각각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돈을 빌린 사람이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할 때 금융기관 등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물을 경매에 내놓는 걸 말한다. 담보권을 실행하는 경매로 법원의 집행권원을 받지 않아도 실행할 수 있다. 강제경매는 실행할 담보가 없는 경우, 법원의 집행권원을 받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통상 채권자가 3개월 이상 빚을 갚지 못하면 임의경매를 진행한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의 가파른 상승이 임의경매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간에 대출이자가 2배 이상 뛰면서 고액 대출자 및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의 이자납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연 3%대이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달 초 7%에 이르면서 4억원을 연 3% 금리로 빌린 사람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160만원에서 260만원으로 늘었다.
◆ 거래감소, 담보가치 하락에 임의경매 증가 불가피
집값 하락과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채권자의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대출금리 인상 여파가 시차를 두고 본격화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연내 인하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고액 대출자, 영끌족의 이자상환 압박이 누적될 여지가 있다.
집값이 급락한 것도 임의경매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주택 매수심리 하락과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집값이 폭락하면서 채권자가 설정한 담보가치가 하락했고, 추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임의경매에 서두를 공산이 크다. 게다가 주택시장에서 초급매물 이외에는 거래 쉽지 않아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하는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 연구원은 "고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무자가 늘어나면서 임의경매 건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 하락, 경기둔화,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의 우려가 여전해 경매시장에 내몰리는 주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