⑶[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고, 도전이었어요. 그래서 조금 더 '연진아'를 외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연진이가 빨리 없어지면 아쉬울 것 같아요. 하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가 지난 10일 공개되면서 막을 내렸다. 공개 직후 전 세계 TOP10 1위에 오른 이번 작품에서 배우 임지연이 어디서도 보지 못한 악역 박연진을 연기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임지연 [사진=넷플릭스] 2023.03.17 alice09@newspim.com |
"파트1이 잘 될 거라는 기대와 확신은 있었지만 나오자마자 이정도로 반응이 좋을 거라곤 생각 못했죠. 저는 파트2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라 모든 내용을 알고 있었잖아요(웃음). 파트1이 공개되고 나서, 본격적인 스토리는 파트2에서 시작되니까 파트2가 나오고 나서 얼마나 많은 반응이 나올까 기대가 되기도 했죠."
이번 작품은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극이다. 여기서 임지연이 맡은 박연진은 문동은을 괴롭힌 가해자 중에서도 주동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시작부터 끝까지 악역이었다.
"악역은 항상 하고 싶었어요. 마흔 살이 넘고, 선배들처럼 내공이 쌓인 배우가 되면 제대로 된 역할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으면서 악역에 대한 마음은 내려놓은 상태였어요. 그러다 너무 좋은 작품이 들어온 거죠. 당연히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웃음). 제 나이또래에 할 수 있는, 나만의 제대로 된 악역을 구현하자 했죠. 황금 같이 소중한 기회를 잘 해내야 한다는 욕심이 크기도 했고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임지연 [사진=넷플릭스] 2023.03.17 alice09@newspim.com |
박연진은 어린 시절부터 모든 걸 다 가진, 남부러울 것 없는 안하무인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학창시절부터 가해자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 또한 알지 못한다. 가해자 무리의 중심이었던 만큼 캐릭터 구축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처음에 작가님, 감독님한테 자신 있다고 큰 소리는 쳤지만 불안하긴 했어요(웃음). 여러 방안으로 생각을 해봤어요. 미친 사람처럼 보이자 싶다가도 정신적으로 질환이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할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기존에 없었던 악역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로 출발을 해보자' 결론을 내렸죠. 처음에 쌓아 온 아이디어를 버리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몸짓, 행동, 패션, 걸음걸이, 말투, 표정, 목소리로 연진이를 만들어 나갔어요. 그래서 촬영 때보다 준비 기간이 더 바쁘고 힘들었죠. 하하. 이왕 할 거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빠 보자 싶었죠."
유년시절 자신의 잘못이 부메랑이 돼 자신의 목을 조여 오지만 박연진은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늘 한 점 없이 환했던 인생에 어둠이 밀려오는 순간에도 기고만장해 시청자들의 울화를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임지연 [사진=넷플릭스] 2023.03.17 alice09@newspim.com |
"연진이가 왜 그렇게 됐나 싶었어요. 여러 생각을 해봤는데 그냥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아무 노력 없이 모든 걸 가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피해자에게 공감을 하거나 죄책감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런 성향이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였고요. 끝끝내 동은이한테 용서를 빌지 않은 것도, 연진이는 정말 자신의 잘못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연진이를 분석하면서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자신의 잘못을 끝끝내 인정하지 않은 박연진은 교도소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가장 믿었던 엄마에게 버림받고, 자신이 유년시절 가했던 폭력을 고스란히 돌려받는다. 임지연은 "그 장면을 찍고 정말 무너져 내렸다"고 털어놨다.
"연진이에게 그만한 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되돌려 받는 거잖아요. 그래서 촬영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러면 안됐지만 배우로서 연진이로 반년 이상 살다 보니까, 교도소 장면을 찍고 집에 왔는데 공허함이 느껴지면서 무너지더라고요. 촬영장에 갈 때도, 연진이처럼 '내가 제일 화려하고 빛나야 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그런 결말을 찍고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배우로서 연진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무너졌던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임지연 [사진=넷플릭스] 2023.03.17 alice09@newspim.com |
2011년 '재난 영화'로 데뷔해 12년차가 됐다. '장미맨션', '종이의 집', '타짜' 등을 통해 매 작품마다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더 글로리'는 임지연에게도 큰 용기가 필요했고, 더욱 큰 노력을 요했다. 결과적으로 작품에 기울인 노력을 인정받은 만큼, 임지연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더 글로리'는 저에게 가장 큰 용기와 도전이었던 작품이었어요. 가장 큰 용기가 필요했거든요. 두려움과 무서움이 작품 시작 전에 몰려오는데, 그걸 마음 굳게 먹고 떨쳐냈어요. 그것만은 제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어요. 저는 매 작품마다 항상 절실했거든요. 그래서 엄청나게 노력했고요. 모든 작품을 연진이 준비하듯 임했어요. 느리더라도 성장해나가는 제 모습이 좋기도 했고요. 유독 이번 작품은 엄마가 그간의 노력이 보인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고마웠어요. 언제 또 무너질지 모르지만, 항상 이 절실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