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준비기일…"유동규-민간업자 결탁 사건"
정진상 측도 혐의 부인 "불법 행위 관여 안 해"
"기록 검토에만 수개월 걸려"…검찰과 충돌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첫 재판 절차에서 검찰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했다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와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04.14 mironj19@newspim.com |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대장동·위례 사건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가 민간업자들과 결탁해 일어난 사건으로 검찰은 이재명 당시 시장을 정점으로 측근에 의한 지역 토착 비리, 권력형 부패 범죄라고 주장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수백 명의 인력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음에도 이 대표가 단 한 푼이라도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민간업자들의 핵심 요구사항을 하나도 채택하지 않아 오히려 5000억원 이상 개발이익을 환수했다"며 배임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서도 "기업들에게 인허가를 빌미로 성남FC 광고비를 지급하게 한 바 없고 어떠한 사익도 추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검찰은 박근혜 정부 말기 불행한 사건 속에서 제3자 뇌물죄와 직권남용죄를 칼 휘두르듯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법원이 법 해석과 적용을 엄격하게 하고 증명을 요구해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사법의 근간과 법치주의가 무너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는 모든 지자체와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행정하려는 노력이나 시도를 완전히 꺾어 국가 발전의 중대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와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 전 실장 측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업무는 유 전 본부장이 주로 한 일이었고 공사 내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에 대해 피고인들은 관여한 바 없고 알지도 못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향후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충돌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의 시간적 순서나 논리적 흐름을 고려해 대장동 사건을 먼저 심리한 뒤 위례, 성남FC 사건 순으로 진행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이 대표 측은 "기록을 복사 중인데 대장동 200여권, 위례 50여권, 성남FC 100여권 등 400여권에 달하고 1권에 500쪽이면 20만 페이지"라며 "기록 복사에만 여러 달이 걸려 검토 후 (증거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정 전 실장 측도 "증거기록을 하루에 1권씩 읽어도 500일이 걸린다"며 "다른 사건으로도 일주일에 이틀씩 재판을 받고 있는데 방어권 보장을 위해 기록 검토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검찰은 "관련 사건에서 증인신문을 마친 사람들을 포함해도 수사 과정에서 조사한 피의자나 참고인은 100명 내외로 그렇게 많지 않다"며 "기록도 권수만 많고 편철 서류 등이 많아 진술 증거만 하면 (변호인 주장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표 측은 "검찰이 수백 명의 인력을 투입해 던져놓은 걸 피고인과 변호인이 대응한다는 것이 사실상 방어권과 변론권 박탈이나 마찬가지"라며 "심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상대적으로 기록 양이 적은 위례 사건에 대한 입장을 먼저 밝혀달라며 오는 7월 6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4년 8월 경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정 전 실장, 유 전 본부장 등과 공모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를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7886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대장동 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업자들이 4895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하고 공사에는 같은 금액만큼 손해를 가한 혐의도 있다.
이 대표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대장동 일당과 공모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를 시행자로,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되게 해 211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밖에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2014~2016년 각종 인허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푸른위례가 성남FC에 합계 133억5000만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도록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정자동 사옥 건축 인허가를 대가로 네이버가 성남FC에 뇌물 40억원을 내게 한 것임에도 이 대표 등이 기부를 받는 것처럼 가장했다고 보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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