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벌금 1000만원 약식명령 불복
"임원이 조성한 자금 전달, 심부름꾼 불과" 선처 호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검찰이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는 구현모 전 KT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1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전 대표와 전·현직 KT 고위 임원들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국회의원들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가 2022년 4월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4.06 hwang@newspim.com |
검찰은 "이 사건은 KT 임원 다수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조성된 회사 법인 관련 자금을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으로 공여한 것"이라며 "죄질이 좋지 않고 제공된 액수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원의 직위에서 법인 자금을 개인 명의로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으로 교부하는 형태의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 전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 다른 임원들에게 벌금 400~500만원을 각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임원들이 조성한 정치자금을 요청에 따라 일부 전달한 심부름꾼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유사 사건에서 핵심 관여자가 아닌 단순 가담자는 입건조차 되지 않았는데 중하게 처벌될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이 사건 정치자금 조성을 주도한 것은 CR 부문(대관 업무) 담당자였고 조성된 기부금의 규모에 비춰 피고인들이 관여된 부분은 크지 않아 약식명령 벌금액에 다소 과한 면이 있다고 보인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선처를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구 전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변호인들이 잘 말씀해주셔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다른 임원들은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점에 대해 반성한다면서도 당시 불법 자금을 조성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은 오는 7월 5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
앞서 구 전 대표는 20대 총선 이후인 지난 2016년 9월 경 KT 부사장급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자신 명의로 100만원씩 총 1400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KT와 대관 담당 임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 사이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고 할인된 금액의 현금을 되돌려 받는 소위 '상품권 깡' 방식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약 4억3800만원을 불법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법인 또는 단체 관련 자금으로 기부하는 것을 금지한 현행 정치자금법을 회피하기 위해 가족과 지인 등 개인 명의로 100~300만원씩 360회에 걸쳐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맹모 씨 등 대관 담당 임원 4명과 KT 법인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구 전 대표 등 명의를 빌려준 임원들은 벌금형에 처해달라며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 등 총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구 전 대표의 업무상횡령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 심리로 진행 중이다.
한편 KT 법인은 1·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맹씨 등 대관 담당 임원들은 1심에서 각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을 확정받았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