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은선)은 6월 8일부터 11일까지 '베니스의 상인들'을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우리 고유의 언어와 소리로 풀어낸 유머와 희망이 가득한 창극이 찾아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원일 작곡가, 김은성 작가, 이성열 연출가, 유은선 예술감독, 유태평양, 민은경, 김준수 [사진=국립극장] 2023.05.18 jyyang@newspim.com |
18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립창극단 유은선 예술감독과 이성열 연출가, 김은성 작가, 원일 작곡가와 창극단 소속 유태평양, 김준수, 민은경이 참석했다. 국립극장은 400년이 넘도록 연극‧영화‧뮤지컬 등으로 변주돼 온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을 동시대적 감수성을 담은 창극으로 선보인다.
◆ 우리 소리로 풀어낸 고전 희극…유은선 예술감독 "세계 어디서 공연해도 좋을 작품"
이날 유은선 예술감독은 "최근에 새로 부임한 뒤 첫 작품이 '베니스의 상인들'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거쳤고 오랜만에 선보이는 작품을 어떻게 준비할까 하다가 웃음을 같이 드릴 수 있는 작품으로 찾아왔다. 6월에 이 공연을 통해 많은 분들이 웃을 수 있고 힐링이 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열 연출은 오래 전 '산불'에 이어 국립창극단과 두 번째 호흡이다. 이 연출가는 "베니스의 상인들은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대표작이지만 오래된 작품이다보니 현대인 관점에서 볼 땐 의아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도 없지 않다"면서 "김은성 작가님이 그런 부분들을 과감하게 탈색시켜서 우리 시대의 관객들이 더 잘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유대인 샤일록에 대한 종교적, 인종적인 그 시대 편견이 없지 않다. 그런 부분을 과감히 탈색시키고 변형시켜 시대에 맞는 작품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의 연출을 맡은 이성열 연출가 [사진=국립극장]2023.05.18 jyyang@newspim.com |
이어 "단순히 웃고 즐거운 작품만은 아니고 웃음의 내용은 희망이다. 뭔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벽, 장애물 같은 것들을 젊은이들의 사랑과 패기 ,시민들과 연대, 협업들을 통해 뚫고 지나가는 긍정적인 에너지에 대한 비전과 희망으로 표현해 힘과 희망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베니스의 상인들'에 담은 메시지를 밝혔다.
김은성 작가는 다수의 연극 대본을 집필하며 서양 고전을 우리 것으로 풀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처음 창극에 도전하며 그는 "원작에서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샤일록과 낭만적인 무역상인 안토니오와 그 친구들이 대결하는 구도로 극이 전개된다. 대극장 음악극 구도로 바꾸면서 인물들부터 사이즈를 키워야했고 샤일록을 베니스의 무역을 주도하는 대자본가로 탈바꿈했다. 안토니오를 베니스 소규모 상인들 조합의 리더로 그 대결구도가 가장 크게 바뀐 각색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작가는 "몇해 전부터 국립창극단 작품을 보는 게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이 단체가 전성기를 맞았구나 할 정도로 배우들이 아름답고 건강하고 작품들도 완성도가 높아서 부러운 눈으로 보고 갔다. 어느날 집필 제안을 받고서 너무 좋은 나머지 덜컥 수락했다. 스스로 자격에 대해 질문을 가졌어야 했는데 같이 공연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덜컥 받아들이고 마음고생도 했다. 부족한 대본을 작창가 선생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수정하면서 힘들었지만 아주 즐거운 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국립극장 소속 단체들 뿐만 아니라 세종문화회관 등 다양한 국·공립, 시립 예술단의 해외 공연이 가시화되며 K-컬처 열풍이 뜨겁다. 유은선 예술감독은 '베니스의 상인들'의 영어자막을 준비하고 있다며 "작품을 갖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창극단에선 트로이의 여인들이 그랬다. 이 작품도 아직 공연 전이라 장담은 할 수 없지만 공연 보신 분들에 의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단원들한텐 진짜 베니스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했었고 세계 어디에서도 공연돼도 좋을 작품"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베니스의 상인들' 연습장면 [사진=국립극장] |
또 유 예술감독은 "창극단은 투트랙으로 갈 예정이다. 외국 작품 소재로 탄탄하게 창극을 만들어가는 한편, 한국적인 전통을 깊이 담은 작품들도 균형을 맞추면서 가져가야 한다 생각"이라며 "연습 장면을 보면서 무엇이든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습만 봐도 완성도 있게끔 표현해주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발전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래서 더 제가 할 일이 많고 더 큰 도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스타소리꾼 유태평양·김준수·민은경 주역…기득권과 시민연대 대결구도로 각색
'베니스의 상인들'에서는 김은성 작가의 설명처럼 대자본가 샤일록과 소규모 상인 조합의 리더 안토니오, 지혜로운 여인 포샤가 극을 이끌어가게 된다. 안토니오 역의 유태평양은 "감사하고 무게감을 느낀다. 현실에서는 준수씨와 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지만 극중에는 굉장히 대립하는 역이다. 부담 아닌 부담도 있다"면서도 "안토니오가 굉장히 의리있고 정의롭고 희망에 부풀어있는 긍정적인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제가 되고싶은, 꿈꾸는 이상적인 인물이고 많이 배우기도 한다. 피땀눈물 흘려가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캐스팅 소감을 말했다.
샤일록 역의 김준수는 "고리대금업자이자 독점적 자본을 운영하는 샤일록의 원래 연령대가 부담되고 어렵기도 했다"면서도 "샤일록의 여러 가지 작창 스타일이 말맛을 살리는 대사처럼 짜인 부분이 있어서 중점적으로 많이 연습하고 있다. 작창가님도 노래를 한다기보다 대사와 가사의 맛을 살려서 노래를 하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저는 희극 속 비극적인 인물이어서 비극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인간의 가장 탐욕스럽고 증오가 증오를 부르면서 누군가를 향한 욕심이 결국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많은 교훈을 안겨주는 캐릭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기도 하는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에 출연하는 김준수, 민은경, 유태평양 [사진=국립극장] 2023.05.18 jyyang@newspim.com |
민은경은 포샤 역을 맡아 "대본도 음악도 그간의 창극보다 풍성하고 풍요로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대본이 사랑스럽다고도 느꼈고 음악을 더했을 때 또 강인한 느낌이 느껴졌다. 창극이 한의 정서랑 잘 어울리는 면이 있어 고전 비극을 많이 해왔는데 희극 베니스의 상인도 판소리와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다. 지혜로운 여성인 포샤를 연기하면서 아름다워야 하는 동시에 2막에 변호사로 강인한 캐릭터를 보여줘야 해서 두 가지를 잘 해보려고 하고 있다. 희극의 블랙코미디적인 정서를 잘 표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유태평양과 김준수의 배역을 일부러 바꾸어 이미지상의 반전을 의도한 것이냐는 의문이 나왔다. 이성열 연출은 "샤일록이 3대째 번영을 이루었다는데 지금으로 치면 재벌 3세다. 우리나라 3세들은 다 40대고 그 정도로 샤일록을 생각하시면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개의 세계관과 입장을 드러내는 인물이 샤일록과 안토니오다. 기득권을 확장하고 유지하려 하는 철저한 자본가, 흙수저로 시작해 힘을 모아 기득권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민중이나 시민의 주축, 대변인 같은 것 두 세계가 부딪히는 모습을 두 인물로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 인물에 대해서는 동물적으로 비유하기 어색하지만 굳이 얘기하면 샤일록은 뱀 같은 간교하고 영리하고 독한 그런 이미지를 떠올렸다. 또 유태평양씨는 강직하고 우직하고 굴하지 않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안토니오의 오뚜기처럼 굴하지 않고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끝끝내 일어나는 캐릭터와 어울린다"고 캐스팅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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