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이제는 편안하거나 파격적인,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를 깰 수 있는 역할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번 '택배기사' 류석도 그 연장선이었고요."
넷플릭스가 동명 웹툰 원작 '택배기사'를 6편의 시리즈물로 제작했다.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가 배경인 이번 작품에서 배우 송승헌이 야욕의 소유자인 천명그룹의 대표인 류석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송승헌 [사진=넷플릭스] 2023.05.19 alice09@newspim.com |
"감독님과 저희 배우들도 걱정도, 긴장도 많이 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다행스럽고 기뻐요(웃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한 게 있어서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아무래도 원작이 있기 때문에 원작 팬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었던 것 같아요. 노력은 했지만 아쉬울 따름이죠. 그래도 최선의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은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작품은 지구와 소행성이 추돌한 후 황폐해진 2071년의 서울의 모습을 담았다. 공기 오염으로 인류 99%가 멸망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만큼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다.
"국내와 해외에서도 반응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국내 팬은 분석적이고, 각 캐릭터의 서사와 기승전결이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SF, 디스토피아 장르가 만들어졌을 때 익숙하지 않아서 좋은 평을 아직까진 듣기 힘든 것 같아요. 반면 해외에서는 원작을 모르는 것도 있고, 단순히 액션으로 가볍게 봐 주시면서도 한국의 디스토피아 작품을 새롭게 봐주시는 것 같았어요."
송승헌은 '택배기사'에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혼란한 세상에서 산소를 무기로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인 류석을 연기했다. 생존을 위해 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에 작품 내에서 유일한 악역으로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송승헌 [사진=넷플릭스] 2023.05.19 alice09@newspim.com |
"작품 배역이 선과 악으로 나뉘고, 5-8과 류석의 대결이 중점이 돼요. 하지만 류석의 서사를 알게 된다면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어요. 이 친구가 가진 현실이 있고 그룹을 끌고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위해 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죠. 이게 정당할 순 없지만 그 친구가 가진 치명적인 병도 있었고요. 그런 부분을 보면 악역이었지만 안쓰럽더라고요. 외로워 보이기도 했고요."
작품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방대한 양을 6부작으로 축소해야 했기 때문에 드라마에 녹이지 못한 내용도 분명 존재한다. 선택과 집중 사이에서 싣지 못한 부분이 바로 류석의 전사이다.
"처음에 조의석 감독님이 작품을 기획했을 때,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전 류석의 전사가 꽤 길게 있었어요. 한국이 사막화가 되기 전부터 직후까지 어떤 준비와 대응이 있었는지, 그리고 류석 아버지와 어떤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는지가 있었는데 이걸 다 풀려면 내용이 너무 방대해지더라고요. 이 내용을 결국 싣지 못했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그려졌다면 캐릭터 이해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었어요. 전사가 설명이 됐다면 더 친절했겠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이러한 조건 안에서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더욱 섬세히 표현을 하려고 했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송승헌 [사진=넷플릭스] 2023.05.19 alice09@newspim.com |
1995년 의류브랜드 모델로 데뷔한 송승헌은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드라마 '승부사', '가을동화'를 통해 한류스타로 거듭났다. 바르고 정의로운 이미지에서 영화 '미쓰 와이프'로 변신을 꾀했고, 이후 드라마 '블랙', '플레이어'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저를 떠올리면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더라고요. 배우들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저는 바르고 정의롭게 봐주시는 게 컸어요. 그래서 다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도 비슷한 배역들만 제안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해보지 못한 배역과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었죠. 영화 '인간중독'이 그 시작이었고요. 이 작품을 하고 나서 희열감, 해방감이 느껴졌거든요. 이후로 장르물 등 기존에 안 해왔던 캐릭터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꼈고요(웃음). 어릴 때는 정의로워 보이고 싶은 게 컸지만, 이제는 편하거나 파격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 이미지를 깰 수 있는 역할이 눈에 더 들어오더라고요. 류석도 그 연장선이었죠. 해보지 못한 장르와 역할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