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연세대 토론 참관 후 늦은 시간 뒤풀이 참석
햄버거 먹으며 "기업 경영 방향 잡는 것에 도움"
미래세대 의견 반영 의지, 가감 없는 목소리 필요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전 세계를 돌며 현장 경영을 펼치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MZ세대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늘리고 있다. MZ세대들이 '갓의선'이라는 애칭을 만들 정도로 호응도 높다.
정 회장의 이같은 젊은층과의 소통 행보는 잠재적 고객층을 확대하고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소통과 혁신을 강조하는 정 회장의 리더십에 따른 행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경련 '갓생 한끼' 참석자들과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전경련] |
3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서울 신촌 연세대를 찾아 경영학과 학생들의 토론 강의를 참관한 뒤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과 뒤풀이를 하며 소통에 나섰다.
강연 후에는 정 회장과 학생들 사이에 현대차그룹의 혁신과 비전에 대해 100여 분 동안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학생들은 전기차로 생태계가 변화하는 격변의 시대에 현대차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에 대해 질문과 의견을 쏟아내 정 회장이 "이해도가 높아 놀랐다"고 할 정도였다.
정 회장은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뒤풀이도 참여해 늦은 시간까지 청년들의 진로나 삶의 방향 등의 문제를 논의해 눈길을 끌었다. 단순 행사 참여가 아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청년들과의 소통에 나선 것이다.
정 회장은 지난 25일에는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갓생 한 끼' 행사에서는 MZ세대 30명과 햄버거로 점심을 함께 하며 1시간 30분 동안 격의없이 대화했다.
[사진= 연세대] |
정 회장은 갓생한끼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여러분 세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기업 경영의 방향을 잡는 것에 도움이 된다"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이 더 명확해질 수 있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회사 내부에서도 MZ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정 회장은 타운홀 미팅을 개최해 MZ세대 직원들의 의견을 들었고, 격식을 깨고 MZ세대와 소통하는 신년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 과정에도 경영진에도 "과거와 달리 미래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수차 강조했다.
이같은 적극적인 소통 행보는 정 회장의 수평적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소통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혁신을 이루려고 노력해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실제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회사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을 위해서는 위계가 강한 기존 문화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갖춰져야 한다.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회장 취임 이후부터 직급과 호칭 체계를 축소했으며 복장 자율화, 자율 출퇴근제, 수기 결제 폐지 등을 도입하며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이끌고 있다.
또 정 회장은 조직 내부의 허물없는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보고한 내용이 상사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낙담하지 않고 계속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며, 임직원들도 열린 마음으로 보고 내용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정일구 기자]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같은 소통 행보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현대차의 철학을 알림과 동시에 젊은 층이 현대차그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감없이 듣고 필요하면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존 시스템으로 운영을 하면 이야기가 걸러져서 나오는데 이 경우 가감없는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총수의 역할이 이제는 바뀌었다는 것도 알려주는 측면이 있다"라며 "이제는 과거의 권위주의적이거나 수직적인 문화는 버려야 하는데 최근 젊은이들과의 소통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소통에 대해 "전문가 집단이나 리더 그룹 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새롭게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현재만의 번영이 아니라 젊은 세대의 번영을 위한 측면도 있다"며 "이를 위해 미래 기술이나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려는 의지를 회사 내에서도 읽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갓생 한끼 행사에서 "차를 잘 만들어 여러분이 잘 타고 실생활에 도움이 돼 원하는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정 회장의 경영 철학이다. 정 회장은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이를 위한 혁신의 에너지를 얻는 모습이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