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이 작품을 분명 좋아해줄 사람이 있을 거란 확신은 있었어요.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도 이렇게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작품이기도 하고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도리화가' 등 영화를 주로 선보였던 이종필 감독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를 통해 첫 드라마 연출에 나섰다. 국어 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이번 작품에 그는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여백으로 시청자에게 '쉼'을 선사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 이종필 감독 [사진=웨이브,더램프(주)] 2023.06.08 alice09@newspim.com |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어떤 의미로든 보는 분들에게 무언가는 남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그래서 연출을 할 때도 직접적으로 하지 않는 선으로 하려고 했고요.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주실까 생각도 많아지더라고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작품 내에 있는 여백을 잘 느껴주시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했죠."
이 감독은 영화 '전국노래자랑', '앙상블', '도리화가', 그리고 2021년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를 주로 선보였던 그가,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박하경 여행기'를 택했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100분~120분이란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 내에 어떤 사건이 발생해야 하고 캐릭터마다 설정이 필요해요. 한국영화 포맷이 이렇게 되어가고 있고요.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선보여야할지 고민을 할 때, 주변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줄 때가 있는데 영화로 하기엔 너무 작은 이야기더라고요. 그러다 '박하경 여행기'를 접했어요. 순간적으로 잡아끄는 시선이나 사건 없이, 우리가 겪었던 것들을 담아내는 작업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시리즈물로 만들고 싶었어요. OTT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요."
영화의 경우 누적 관객수를 통해 작품의 흥행 여부를 알 수 있다. 다만 OTT의 경우 TV 프로그램처럼 시청률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수치적으로 성과를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 이종필 감독 [사진=웨이브,더램프(주)] 2023.06.08 alice09@newspim.com |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해줄 거라는 확신은 있었어요. 그 수가 어느 정도인지, 저희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작품은 '그들도 이렇게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그래서 공개하고 나니까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영화는 개봉하면 근처 극장에 가서 반응을 살피기도 했는데, OTT는 그런 게 없어요. 주변에서 잘 봤다고 연락 오는 걸로 가늠하고 있죠. '박하경 여행기'는 소중하게 내놓은 작품이라 서서히 퍼져서 많이 좋아해주시길 바라요."
작품은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 선생님 박하경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를 그렸다. 작품의 타이틀롤은 2019년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후 4년 만에 컴백한 이나영이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나영 씨는 사람 자체가 너무 좋은 분이였어요. 연기를 하시면서도 '어떻게 해야 진짜처럼 보일까?'란 고민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연기를 막상 하는 걸 보면 너무 자연스러워요. 그렇다고 캐릭터에 엄청 빠져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요. 그 배우에겐 그 당시 상황이 꾸며지거나 연출된 게 아닌, 정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어요. 연출을 하면서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박하경이 나랑 비슷하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그런 지점을 이나영 배우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잘 보여주신 것 같아요."
작품에서 박하경은 해남, 군산, 부산, 속초 등을 여행한다. 걷다가 힘들면 의자에 앉아 쉬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다. 그렇기에 타 작품들처럼 꽉 차있는 내용은 아니다. 중간 중간 시청자들 역시 쉴 수 있는 여백이 있다.
"이 작품이 너무 좋았어요. 촬영 하면서도, 편집하고 나서도 너무 만족했거든요. 이걸 바탕으로 '다음에 이제 무언가를 해야지'라는 마음보다, '이걸 또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커요. 시청자들이 박하경이 본인 같다고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중들과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대부분의 드라마와 영화는 꽉 채워져 있는데, 하나를 빼면 보시는 분들이 채우면서 봐주실 것 같았어요. 혼자 여행할 때 여백이 많잖아요. 그런 걸 담고 싶었는데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