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편지서 "이재명에게 사전보고 안했다"
검찰 조사와 공판서 나온 진술 다시 뒤집어
법조계 "물증과 맥락 존재, 재판 지켜봐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이성화 배정원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쌍방울그룹이 방북 비용을 대신 내주기로 한 사실을 보고했다"고 한 진술을 뒤집어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혐의를 부인해오다가 최근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는데 옥중편지를 통해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이화영 전 부지사의 자필편지 2023.07.21 heyjin6700@newspim.com |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가족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한 옥중 자필 편지에서 "쌍방울(김성태 전 회장)에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뿐 아니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쌍방울의 방북 비용 대납을 보고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혐의를 부인해왔던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다만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에서 이 지사의 방북 문제를 얘기했고 동석했던 김성태에게 김성태가 북한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 지사의 방북도 신경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내용은 이 지사와 사전보고된 내용은 아니다"라며 "저로서는 큰 비중을 둔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 1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 등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에 대한 40차 공판에서 "피고인 측에서 기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이 미세하게 변동된 부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이 전 부지사 측은 "그동안 방북 비용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 피의자 신문에서)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답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 측은 쌍방울에 방북비용 300만달러 대납을 요청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북측에 전달한 총 800만달러 중 500만달러는 경기도가 북한에 추진하려던 스마트팜 사업비 몫이며, 300만달러는 이 대표 방북을 성사하기 위한 대가성 금액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재판 이후 이 전 부지사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북 송금 비용 중 300만 달러는 쌍방울그룹이 낸 방북비용이라는 사실을 이재명 대표에게 사전에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심경 변화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결국 옥중편지로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 대표는 이 상황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또 신작 소설이 나오는 것을 보니까"라며 검찰을 저격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혐의를 부인해온 이 전 부지사가 시인이 아닌, 부인하면서 원점으로 되돌아간 형국이 됐다"며 "이 전 부지사 측과 검찰 사이의 진실공방이 가열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는 "검찰발 소식의 전후 맥락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다는 점에서 오늘 이 전 부지사가 자필 편지로 진술을 바꾼 것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 2019년 4~5월 방북을 위한 이 대표의 친서 원본과 초청장, 영수증 등 객관적 물증이 있다. 결국 전체적인 물증과 맥락 속에서 이 전 지사의 자백이 있었다고 이해된다. 추후 재판에서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내용이 점점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 정도 내용이라면 대북송금 사건의 공범은 안되더라도 이 대표가 본인의 정치적 치적을 쌓으려고 도모했다고 보여지는 부분이 있다"며 "대장동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부분이다. 야권에서 북한과의 관계까지 문제되는 상황이라면 총선에서도 가장 큰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검찰 출신의 예상균 KDH 변호사는 "구속된 사람에게 진술 번복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전 부지사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그렇다"며 "검찰의 회유 때문에 이 전 부지사가 입장을 번복했다고 보는 것은 편향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예 변호사는 "편한 곳에 있던 사람이 옥중에서 생활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이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검찰이 확보한 증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법조계는 이 전 부지사 진술에 따라 이 대표 수사 속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경기지사 당선 이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자리를 옮겨 대북 관련 사업을 주도했고, 당시 관련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가 이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대북 사업 편의를 봐준 대가로 법인카드와 허위 급여, 법인차량 등 3억2000만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가운데 2억6000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한편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지사가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내용과 달리 다시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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