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전출 않는 4급 이상 간부가 대상
"수 개월 간 尹정부 대북정책 등 학습"
외교부 출신 차관 '칼잡이' 역할에 불만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조직 개편과 함께 80여명에 이르는 직원 감축을 추진 중인 통일부가 자진해서 사직서를 내거나 타 부서로 전출가지 않는 4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수 개월~1년 정도의 특별교육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2일 "고강도 조직⋅인사 쇄신을 위해서는 인위적인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의원 면직이나 전출 등이 이뤄지지 않는 대상자의 경우 부서 내 연수 형태의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 취임식에 직원들이 앉아 있다. 2023.08.02 |
대상은 4급(서기관) 이상 간부로, 교육은 통일부 산하 국립통일교육원에서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수유동에 자리한 이 곳은 공무원이나 민간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이나 방북 사전교육을 시행해왔으며, 대규모 강의시설과 함께 숙식을 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춰져 있다.
교육 내용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인권 문제를 비롯한 북한 실상, 통일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문승현 신임 통일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교류협력국과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조직을 통폐합하는 쪽으로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며 "이로 인해 80명이 조금 넘는 선에서 인력재편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입장에 따라 1급 간부 6명 가운데 민간 개방직인 이인배 통일교육원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을 마치고 복귀하려던 백 모 실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는 대북지원부가 아니다"고 질타해 본의 아니게 불똥이 튄 박 모 인도협력국장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강 모 기조실장과 김 모 통일정책실장, 이 모 남북회담본부장도 마찬가지다.
통일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 가운데 1~2명 정도만 재임용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9년 11월 7일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북한에 강제 북송되는 귀순 요청 어부. 윤석열 정부는 2022년 7월 12일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강제북송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고,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통일부] |
5급 이하 직원들의 경우 최대한 신분 보장을 하고, 타부서 전출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통일부 입장이다.
대규모 조직⋅인사 개편에 이어 대상자들에 대한 특별교육 방침까지 알려지면서 통일부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당초 대통령실이 통일부 전체인원 617명 가운데 27%에 이르는 165명을 감원하려는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볼멘 소리가 높아졌는데, 교육연수 방안까지 거론되자 "사실상 강제 퇴직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기류가 높아진 것이다.
한 과장급 간부는 "전두환 정권 때의 삼청교육대를 떠올리게 한다"며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반강제로 교육 보낸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국장급 인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의 방침과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던 공직사회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이제와서 통일부 직원들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는 모양새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 간부들을 이른바 '적폐' 대상으로 분류해 공무원 연수시설이나 세종연구소 등 국책⋅공공 연구기관으로 위탁연수를 보냈던 사례와 닮았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한다.
통일부 관계자는 "타 기관 연수 등에 따른 부담을 고려해 부서 자체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문승현 신임 통일부 차관이 지난달 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3.08.02 |
간부와 직원들 사이에서는 외교부 출신인 문승현 전 태국 대사가 차관으로 임명돼 통일부 조직개편과 인사 쇄신을 이끌고 있는데 대해 "굴욕적"이란 말이 나온다.
한 간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지원의 첨병 역할을 자임하던 통일부가 갑자기 중환자로 지목되더니 외교관 출신 인사가 집도의를 맡아 메스를 가하는 모양새는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북핵과 인권⋅대북지원,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온 두 부처를 두고 관가에서는 '광화문의 견원지간'이란 평가가 있었는데, 이번에 통일부가 매우 곤욕스런 입장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통일부 장차관 출신 인사들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부처와 부하 직원들이 극도의 어려운 상황에 빠졌는데도 제대로 된 입장을 내거나 신문 기고, 방송 출연 등으로 통일부 조직 존치의 필요성을 알리는 일에 나서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