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상식 통한 비정상의 정상화' 구체화
노조·교육·건설 등 각 분야 결탁 해체 나서
검찰 출신 대통령의 '文정부 겨냥한 프레임' 지적도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김가희 인턴기자 =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단어로 '이권 카르텔'이 부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교육 시장, 시민단체, 노동조합, 건설업체, 정보기술(IT) 등 사회 각 분야의 특정 세력 결탁을 카르텔로 규정하면서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권에서는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고 국민 지지를 받은 윤석열 정부가 이권 카르텔을 불공정의 상징으로 보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전면전을 나섰다고 설명한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임 문재인 정부를 카르텔의 한 축으로 부각시켜, 30%대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프레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5.16 photo@newspim.com |
◆ 윤 대통령, 대선 때부터 "이권 카르텔 타파" 강조...국무회의서 7번 거론키도
'이권 카르텔' 타파는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부터 강조한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6월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거대 의석과 이권 카르텔의 호위를 받고 있는 이 정권은 막강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한 가지 생각, 정권 교체로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이권 카르텔 타파를 연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국무회의에서 "개혁은 언제나 이권 카르텔의 저항에 직면하지만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3일 국무회의에선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과 관련, "국민의 혈세가 정치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되고 지난 정부에서만 400조 원의 국가채무가 쌓였다"며 "부정과 부패의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부수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이권 카르텔 타파를 거듭 화두로 내세웠다. 대통령실은 별도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이날 지목한 카르텔 실체에 대해 "금융·통신 산업의 과점 체계, 과학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정부 R&D(연구·개발) 나눠 먹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어김없이 '반(反) 카르텔 정부'를 외쳤다. 모두 발언에서만 '카르텔'을 7번 언급했다.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시공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7.18 photo@newspim.com |
◆ 대통령실 "정치·건설, 이권 카르텔로 뭉쳐 국민 안전 도외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을 지적한 것에 대해 "정치에서 국민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과 마찬가지로 건설에서의 3권 분립인 설계, 시공, 감리는 국민 안전을 보장한다"며 "이권 카르텔로 모두 뭉쳐서 한통속이 된 상황에서 정치나 건설이나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건 매한가지라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선 이권 카르텔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강조하며 국정조사까지 거론했다.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이 문재인 정부의 'LH 퇴직자 전관예우'와 연관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야당과 국정조사를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 집 없는 설움의 서민들을 임대주택으로 몰아놓고, 그 임대주택마저 엉터리 부실로 지어놓은 문재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에 집이 있으면 보수적 투표 성향, 집이 없으면 자신들에게 유리한 투표 성향을 가진다고 한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그와 한 계보를 이뤘던 변창흠 당시 사장 및 장관은 이에 대한 합당한 입장 표명과 책임있는 답변을 해줘야 한다"고 일갈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LH 퇴직자가 설계 감리 업체에 취업하고 이 전관업체들이 LH로부터 수주를 받아 설계 오류, 부실 시공, 부실 감독이 발생한 과정은 이권 카르텔의 전형"이라며 "LH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까지 일어난 걸 보면 문재인 정부의 주택관리사업 관리 정책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추정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7.18 photo@newspim.com |
◆ 전문가들 "비정상의 정상화 가능성 보여주는 것" vs "책임회피 도구로 쓰일 수도"
전문가들은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든 카르텔을 타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하면서 책임회피의 도구로 쓰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에서 카르텔을 끊어내겠다고 하는 정책의 방향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카르텔을 끊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고 그 이면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득권과 같이 공유했던 이권 카르텔을 손보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대체로 문재인 정부 때 지원받은 카르텔이 많다. 이를테면 노동계, 시민사회계, 환경 단체 등 그들끼리 이권을 놓고 카르텔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언급이 전 정권을 겨냥한 것이란 시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자꾸만 이런 것을 전 정권에 대한 청산이라든지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카르텔을 만들어서 이권을 취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며 "특권층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카르텔을 만드는 것처럼 잘못된 것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라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윤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카르텔을 언급하는 이유는 (현재 발생하는 문제들이) 현 정부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고, 구조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카르텔을 말하면 깔끔하게 정리되지만 책임회피는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이기 때문에 정의를 구현하고 잘못된 것을 도려내는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자긍심과 사법 마인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고 갈등을 봉합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부정부패를 없애면 좋지만 상대편에 대해서만 엄격하게 보여 갈등이 고조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진영대립이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반대 진영을 카르텔 영역으로 끌어들여 지속적으로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악의 축을 제거하겠다는 식으로 총선 전략을 짠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과거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책임회피라고 봐도 될 것 같다"며 "과거 잘못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목표와 방침이 동시에 발표되거나 국정운영 지표로 국민에게 알려져야 하는데 과거 탓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