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본부장 등에게 금품 제공 지시 혐의
현역의원들에게 살포할 돈봉투 조성 혐의
윤관석 의원 사건과 병합 예고...증인신문부터 병행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관여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관여하지도 않은 부분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는 29일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 전 감사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강 전 감사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에 출석했다.
강 전 감사는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당시 후보였던 송영길 전 대표를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현역 의원과 선거관계자들에게 금품이 살포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같이 일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선거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존재한다. 그러나 소수의 선거인단으로 구성되는 당내 경선의 경우 그러한 관리·감독이 없어 공공연하게 '돈잔치'라는 말을 할 정도로 금품 수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당내 경선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감사는 지역본부장과 지역상황실장 수십명에게 50만원씩 담긴 봉투를 나눠주자며 금품제공을 지시·권유한 혐의와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겠다는 명목으로 이성만 의원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한 윤관석 의원에게 3000만원씩 두차례에 걸쳐 현금을 건넨 혐의와 한국수자원공사 재직 당시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납품 청탁 명목으로 3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도 받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4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4.21 mironj19@newspim.com |
이에 대해 강 전 감사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오랫동안 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하긴 했지만 이 사건 당시에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외부인이었던 피고인이 선거캠프의 총책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또한 "피고인은 이 전 부총장의 전화를 받고 여러 조언을 해주긴 했지만 캠프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지역본부장과 지역상황실장들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말 한마디 했다고 해서 피고인이 주지도 않은 금품 제공 범행까지 전부 공범으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범행 당시 피고인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전면에 내세운 뒤 피고인은 배후에서 송 전 후보 선거캠프를 총괄·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송 전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당내에서 어떤 보직을 맡은 적도 없고 아무런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관여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관여하지도 않은 부분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윤관석 의원 사건에 대해 병합 가능성을 예고했다. 재판부는 "윤관석 사건은 우리 재판과 내용이 완전 겹치기 때문에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9월 12일에 공판준비기일이 지정된 만큼 의견이 빨리 정리된다면 증인신문 과정부터는 함께 진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 사건에 대해서는 공소사실 중 겹치치 않는 부분이 상당수라 병합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부총장 등 겹치는 증인들에 대해서는 병행 심리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9월 5일로 증거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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