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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멈춤의 날' '연가·병가' 교사들, 서이초 추모 행렬

기사입력 : 2023년09월04일 14:41

최종수정 : 2023년09월04일 17:53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선생님이 엄청 안쓰러웠고, 하늘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어요."

4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국화를 헌화하고 돌아온 이모(9)군은 수줍게 추모 소감을 전했다. 이군과 함께 서이초를 찾은 서모(36)씨는 "저 역시 교사 출신으로 교사들이 어떤 충동을 겪고 어려움을 겪는지 절실히 알고 있다"며 "아이들에게도 교사들이 어떤 상황을 겪는지 아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발걸음 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국서 추모 행렬 이어져

지난 7월 서이초의 한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지 49일이 지났다. 교사계는 이날 '공교육 멈춤의 날'을 선포하고 전국에서 추모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서이초와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교사가 마지막 교직 생활을 했던 1학년 6반 교실 앞 운동장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추모 행렬을 받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故 서이초 교사의 49재 일인 4일 서초구 서이초 운동장에 시민들을 위한 추모 공간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故 서이초 교사 추모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3.09.04 leemario@newspim.com

추모가 시작되는 이날 오전 9시에 교육계 등 각계각층에서 보낸 60여개의 조화가 서이초 교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지난달 19일 추모제 당시 서이초 3면을 둘러싸던 조화 규모보다는 적은 수준이었다.

추모객의 발걸음 역시 잔잔했다. 이날 오전부터 추모객들은 정문 앞 부스에서 국화를 받고 운동장을 따라 난 흰 선에 맞춰 추모 공간으로 향했다. 추모객들은 일렬로 한 손에는 국화를, 한 손에는 교사에게 남길 메모를 들고 질서정연하게 추모 공간에서 조의를 표한 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마련한 한쪽 벽면에 메모지를 붙이고 운동장을 나갔다.

추모객 중에는 자녀를 동반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아내가 중학교 교사인 이모(36)씨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이렇게라도 와야 마음이 편할 거 같아 가족들이랑 다 같이 왔다"며 "오늘 회사 일이 있는데 오전에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서 왔다. 추모한 뒤 오후에는 다시 일터에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추모 공간 관련 봉사를 하러 온 17년 차 초등교사 최모(39)씨 역시 "오늘 여기 정리를 마치고 교육차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며 "제 경우에는 현재 휴직 중인데, 다행히 우리 아이들 학교의 경우 알림장에 '재량 휴업 권고한다'라는 등 체험학습을 권해서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다. 그 옆 학교에는 교장 선생님께서 용기 내 임시 휴업일 지정을 어제 하셨다더라"라고 일선 교육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故 서이초 교사의 49재 일인 4일 서초구 서이초 운동장에 시민들을 위한 추모 공간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故 서이초 교사가 근무했던 교실 맞은편에 마련된 애도의 게시판에 모녀가 애도의 글을 붙이고 있다. .2023.09.04 leemario@newspim.com

교육 당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날 병가, 연가를 내 자발적으로 학교를 찾은 선생님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 도봉구의 한 초등학교의 34년 차 교사는 "선생님들이 공유는 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연가 등을 신청하는 분위기"라며 "저 역시 오늘 병가를 내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단체행동 자제" 호소

교육 당국은 지난 3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선생님들께서는 학생들 곁에서 학교를 지켜 줘달라"는 호소문을 올리는 등 단체 행동 자제를 거듭 당부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서이초를 찾은 일부 교사들은 비판의 목소리도 늘어놨다. 1학년 세쌍둥이 아이들을 키우는 서울 도봉구 교사 정모씨(44)는 "사실 이분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던 날이 방학 이틀 전이었다. 보편적으로 많은 교사에게 방학은 쉼과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인데, 그분에게는 희망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이 사건 전후로도 너무 많은 선생님이 비극적 선택을 한 거로 알고 있다. '선량한 한 사람의 희생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려야만 사회가 변화하는 거였나'하는 슬픈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사 집단은 사회 내에서 누구보다 훌륭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교사들을 억압하려고 하는 태도에서 이 교육 현장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저희가 느껴진다"며 교육부의 대응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추모 공간은 오후 10시까지 마련된다. 또한 오후 3시 서이초 강당에서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주관하는 49재 추모제가 열려 이 장관을 비롯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교육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직단체 및 대표들이 추모 공간을 찾을 예정이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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