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된 고소장 분실한 뒤 위조한 혐의 등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부산지검 재직 당시 접수된 고소장을 잃어버리고 이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7일 오전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검사에게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위조의 범의를 가지고 실무관에게 고소장 복사를 지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러한 행위 자체가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검찰 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직접 내용을 입력한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별 다른 의미 없이 검찰 내부망에 자동 생성된 수사보고서 양식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보이고, 허위사실을 기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면서 "피고인에게 공문서 위조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 기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 판사는 "선행사건은 검찰청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것이고, 이 사건은 공수처 검사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기록을 송부받아 추가 수사한 것이므로 수사 주체가 다르다. 공수처 검사의 기소 여부 판단은 검찰청 검사의 판단과 다를 수 있다"며 "이 사건 공소제기가 공소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따르면 윤 전 검사는 지난 2015년 12월 부산지검 재직 당시 고소장을 분실한 사실을 알게 되자 사건이 정상적으로 접수돼 처리되는 것처럼 행사할 목적으로 동일인이 고소한 다른 사건의 기록에서 고소인 명의로 제출한 고소장을 복사한 뒤 수사 기록에 대체 편철한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됐다.
또한 해당 과정에서 검찰수사관 명의의 수사보고서에 직접 허위 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다음 수사 기록에 대체 편철한 혐의(공문서위조)도 받았다.
앞서 윤 전 검사는 지난 2018년 고소장을 분실하자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위조하고 상급자의 도장을 임의로 찍는 등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공수처가 당시 윤 전 검사가 표지만 위조한 것이 아니라 수사 기록과 수사보고서를 위조했다며 추가 기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전 검사 측은 "공수처에서 특별히 새로 밝혀진 사실이 없음에도 공수처의 자체적인 조직 논리에 의해 기소했다. 공수처 본연에 맞는 기소인지 의심스러워 부적법하다"며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지난 6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수처는 "고소장은 수사의 핵심 단서고 수사보고서는 수사·형사 절차의 핵심"이라며 "피고인은 검사로서 정의를 실현하는 객관적인 관청이 돼야 하지만 기록 분실을 숨기기 위해 검찰권을 남용하고 고소장과 수사보고서를 위조했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