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부지에 힘싣는 삼성..."美에 휘둘리지 않는 전략"
지역거점 뻗는 TSMC·마이크론..."수요 맞춰 진출"
[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기술 패권전이 중국의 SMIC 7나노 반도체칩 기술 개발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중국 반도체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한국과 미국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한편, TSMC·마이크론 등 외국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지역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거점 국내로 키워나가"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나라와 미국에 반도체 관련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경기도 용인시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300조원의 돈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 기간은 5년으로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도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돈은 총 1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조8000억원이다.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은 2024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경기도 용인시에 120조원을 투자해 4개 신규 팹(반도체 공장)을 구축하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20조원 규모로 미국 첨단 패키징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국과 용인산단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고 하이닉스는 생산은 국내와 중국에, 후공정은 미국 중심으로 가고 있다"면서 "삼성과 하이닉스 모두 용인 클러스터를 통해 반도체 생산거점을 국내로 키워나가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미국이 국내 기업에 보조금을 이야기하며 오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지원을 해 준다면 미국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우리 기업들이 이미 반도체 역량이 있는 만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략은 잘 한 것으로 이것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유치에 돈 쏟는 제3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지역 투자 움직임 역시 빠른 속도로 이어지고 있다. 파운드리 1위 대만기업 TSMC는 일본과 미국, 독일 등에 투자 계획을 밝히며 각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등에 업고 빠르게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는 2025년 생산을 목표로 4나노 웨이퍼 공장을 짓고 있고, 일본 구마모토에는 12인치 웨이퍼을 생산하는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구마모토 공장은 2024년 12월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지난달엔 독일에 조인트벤처(JV)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34억9900만 유로(약 5조492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TSMC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마이크론의 경우 최근 인도에 D램 및 낸드 제품의 조립 및 테스트를 위한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약 8억2500만 달러(1조7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으며 지난 6월엔 수년간 중국 시안에 있는 자사 패키징 및 테스트 공정에 43억 위안(약 7691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기지 재조정 과정에서, 자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독일·일본·인도 등 국가별 경쟁도 치열하다. 독일은 자국의 반도체 공장 설립 확대를 위해 유럽연합(EU) 반도체법과는 별도로 200억 유로(약 28조6000억원)의 보조금을 마련했다.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300억 유로(42조45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 인텔에도 약 100억 유로(약 14조원)를 지원한다.
일본도 구마모토에 제1공장을 짓고 있는 TSMC에 4760억엔(약 4조2900억원)을 지원했고, 제2공장 설립 비용도 33%를 지원할 예정이다. 인도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 자국 유치를 위해 부지를 매입하고 시설을 짓는 기업에게 지원하기 위한 10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마련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을 위해 중앙정부가 50%, 지방정부가 20%의 추가 보조금도 조성한다.
연원호 팀장은 "세계 생산시설 다변화 진출은 기업 전략이기도 하고, 수요에 맞춰 나가는 특징이 있다"면서 "TMC가 유럽 등 전세계로 나가는 것은 자동차칩 때문이지만, 우리 기업의 경우 일괄적으로 전세계로 생산시설을 진출하는 것 보단 국내와 미국에 집중하는 전략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