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국감...총수 등 기업인 소환 관습 이어져
재계, 위기극복안 구상 및 엑스포 유치 홍보에 전념
[서울=뉴스핌] 백진엽 선임기자 = 올해 국정감사가 10일부터 시작된다. 여야 대립 구도가 심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국감에서도 예전과 다르지 않게 주요 그룹 총수들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 극복에 몰두해야 하는, 게다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총수 소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여야 간 주도권 다툼을 위한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 그리고 국회의원 본인의 이름 알리기 위한 총수 소환은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뉴스핌DB] |
8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오는 10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소환을 검토중이다.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과 관련해 정경유착 의혹에 대해 추궁하기 위함이다. 일단 지난달 25일 열린 1차 증인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하지만 여야 협의를 통해 추가 증인 채택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밖에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농어촌상생기금 관련 4대 그룹 총수와 함께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다수 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기부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다. 환경노동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에서도 경제계 증인 출석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국정감사가 재계를 압박해 의원들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자리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여야 갈등 구조 속에 정파간 셈에 따라 기업인들을 이용하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단 증인으로 부르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여기는 의원들이 상당수"라며 "불러 놓고도 제대로 된 감사보다는 무조건 호통치고 앞뒤 안맞는 주장에 동의하라고 다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총수들을 비롯한 기업인들은 여느때보다 바쁜 10월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와 함께 11월로 예정된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발표에 앞서 부산 유치 홍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오는 25일 고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3주기를 맞아 사장단이 모인다. 이 자리를 비롯해 27일 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 등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삼성 사장단은 내년 사업 구상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오는 16~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전략을 구상하는 'CEO(최고경영자) 세미나'를 개최한다. 역시 사업 전략 구상과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26일 사장단 워크숍을 열고 '고객 가치 경영 내재화'를 논의했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한 달간 계열사별 사업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주요 계열사들의 해외 활동도 한층 강화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생존과 성장, 국가 경제 발전, 그리고 엑스포 유치를 위해 눈코뜰새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본인들의 이름 알리기에 기업인들을 이용하려 한다면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