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기업, 육아 휴직자에 대한 차별적 규정
"여성이 육아휴직 사용 비율 높아 불리해"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중앙노동위원회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한 사업주에 대해 남녀 차별을 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지난해 5월 남녀고용평등법에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후 첫 번째 시정명령 판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전경 [사진=고용노동부] 2022.10.26 swimming@newspim.com |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조치 관련 시정명령은 있었다. 하지만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경우나, 임금, 교육, 배치, 승진 및 해고 등에 있어 남녀를 차별하는 고용상 성차별에 대해서는 최초의 시정명령이다.
이 사건에서 약 1000명을 고용한 과학·기술서비스 A업체 사업주가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한 근로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동일한 직책과 업무로 복귀시키지 않았다. 또한 취업규칙과 승진규정에는 임금과 승진에 있어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적인 규정을 두고 있었다.
중노위는 "이러한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은 남녀 모두에게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회사의 근로자 중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여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이 사건의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금지하는 남녀를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앞서 지방노동위원회는 통계적 고려 없이 육아휴직이라는 요인을 성별 중립적인 기준으로 보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녀의 승진기간을 비교해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중노위가 이를 취소하면서 사업주에게 승진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차별이므로 승진 기회를 주고, 승진 대상으로 평가된다면 차별을 받은 기간 동안 임금 차액을 지급해야 하며, 차별적 내용의 취업규칙과 승진규정을 개선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중노위 관계자는 "이번 판정으로 사업주가 육아휴직자에게 차별적 규정을 적용하거나,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의 배치나 승진에 있어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근로자가 차별 걱정 없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를 확인했다"면서 "이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적극적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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