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서울시뮤지컬단(단장 박혜진)이 오페라 '투란도트'로 서울의 가을 밤을 수놓았다.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투란도트'의 막이 올랐다. 오는 29일까지 계속되는 이 공연은 세계 최정상급 테너 이용훈의 데뷔 무대이자 연극계 거장 손진책 연출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페라계의 스타들이 모두 모인 만큼 이름값에 걸맞는 웅장하고 장엄한 고품격 무대가 펼쳐졌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2023.10.27 jyyang@newspim.com |
◆ 최정상급 스타들 모인 고품격 오페라…테너 이용훈 명성 확인
'투란도트'는 자코모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으로 1926년 라 스칼라 극장 초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연되는 오페라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중국의 잔혹한 공주 투란도트와 결혼하기 위해 찾아오는 남자들에게 세 가지의 수수께끼를 내고 맞히지 못하면 목을 벤다는 이야기로 망국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가 퀴즈에 나서면서 극이 시작된다. 칼라프는 아버지 티무르를 모시는 시녀 류 덕분에 목숨을 구하지만, 류는 주인을 사모하는 마음을 품은 세상을 떠난다.
주연 칼라프로 무대에 오른 테너 이용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 가수다. 약 20년 만에 밟은 첫 고국 오페라 무대에서 이용훈은 서정적이면서도 풍부한 성량, 넘치는 카리스마로 3000석이 넘는 대극장 무대를 사로잡았다. 해외에서'신이 내린 목소리'로 불리는 이용훈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가 끝나자 관객들은 황홀한 감동의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2023.10.27 jyyang@newspim.com |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2023.10.27 jyyang@newspim.com |
투란도트 역의 소프라노 이윤정 역시 섬세한 감정 표현과 뛰어난 기량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지녔지만 차갑고 잔혹한, 모든 것을 가진 공주로서 모두의 위에 군림했다. 류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은 1막의 'Signore ascolta!(주인님 들어주세요)'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절절한 애심을 담은 그의 목소리는 칼라프 뿐만 아니라 극장 모두에게 감명깊은 순간을 선사했다.
◆ 이토록 '투란도트'가 사랑받는 이유…감동과 전율의 무대
서울시뮤지컬단의 '투란도트'는 이 작품이 이토록 오래, 널리 사랑받는 이유를 증명한 무대였다. 좀처럼 보기 힘든 3000석 규모의 대극장 무대에서도 단숨에 전달되는 사랑과 희망, 죽음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세 명의 대신 핑, 팡, 퐁의 아리아에선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음을 노래하고, 이런 저런 삶의 회한을 표현하며 공감대를 자극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2023.10.27 jyyang@newspim.com |
특히 손진책 연출이 주안점을 둔 류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의 가치는 마지막 장면에서 강조되며 '투란도트'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줬다. 승리를 확신하며 희망과 사랑의 마음으로 불타오르는 칼라프의 '네순 도르마'는 관객들의 마음까지도 벅차오르게 만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최고의 경험으로 남을 만하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