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 11월 '쇼핑 대전'
'최대 규모' 혜택 내세웠지만
플랫폼별 가격 차이 크지 않아
일부 상품은 다른 곳이 더 저렴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유통업계가 11월 쇼핑 대전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행사 상품 중 최저가 제품을 찾기가 어렵다.
제조사가 직접 참여해 재고 떨이 수준으로 제품을 파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달리 한국은 가격 결정권이 없는 유통사가 여는 행사다보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1번가 '그랜드 십일절' 누적 판매 순위.[사진=11번가 홈페이지 화면 캡처] |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11번가의 '그랜드 십일절'을 시작으로 롯데 유통군 '롯데 레드페스티벌', G마켓·옥션 '빅스마일데이' 등 대형 쇼핑 행사가 시작됐다.
이어 오는 8일에는 이랜드리테일의 유통 계열사 연합 행사인 '43주년 창립 감사제', 13일에는 신세계그룹의 통합 행사인 '2023 대한민국 쓱데이'가 열릴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추석과 연말 사이에 끼어있는 11월은 쇼핑 비수기다. 올해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 여파까지 겹쳐 유통업계가 11월 쇼핑 행사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쓱데이에 역대 최대 규모인 1조5000억원의 혜택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 이태원 참사로 인해 엔데믹 이후 첫 쇼핑 행사 일정이 취소된 만큼, 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행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시끌벅적한 행사 분위기와 달리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1년에 한 번뿐인 가장 큰 쇼핑 행사라고 하기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일례로 11번가의 '그랜드 십일절'과 G마켓의 '빅스마일데이'에서 누적 판매량 순으로 각각 5위, 14위에 이름을 올린 삼성 갤럭시북2의 경우 11번가의 최대 혜택 가격은 52만9360원, G마켓은 49만9320원으로 3만원가량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롯데온 레드페스티벌 혜택이 적용된 농심 새우깡 가격(왼쪽)과 네이버 농심 공식 브랜드관 내 동일 상품 판매 가격.[사진=롯데온, 네이버쇼핑 홈페이지 화면 캡처] |
먹기리의 경우 오히려 쇼핑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는 다른 온라인몰의 가격이 더 저렴하기도 했다. 롯데온이 '롯데 레스페스티벌' 혜택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는 농심 새우깡 90g 10봉지의 가격은 1만4000원으로 네이버의 농심 공식 브랜드관 내 판매 가격인 1만3900원보다 100원 비쌌다.
이처럼 연중 최대 규모의 혜택을 제공하는 쇼핑 행사라고 홍보했음에도 '최저가 아닌 최저가'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이유는 유통업계가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쇼핑 행사에서 유통업계가 할인가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은 제조사로부터 낮은 가격에 상품을 공급받거나, 자체 쿠폰을 제공하는 방법뿐이다.
여러 유통 채널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사 입장에선 한 플랫폼에만 파격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없고, 자체 쿠폰은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제조사 주도로 행사가 열리는 미국 프라이데이와 달리 한국의 11월 쇼핑 행사는 가격 혜택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똘똘한 소비자들은 국내보다 할인 폭이 더 큰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다렸다 상품을 구매하려고 할 것이다"며 "소비가 침체된 만큼 국내 유통사도 제조사와 가격 협상을 벌여 파격적인 수준의 가격을 내놓아야 소비자들이 호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