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클라우드 결합한 '하이브리드 AI' 탑재
AI 폰, 메일 작업 자동화 등 편의성 향상 기대
"사용자 중심으로 AI 폰 개발 방향 잡아야"
미국 오픈AI의 챗GPT 공개 이후 1년. 생성형 AI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 모두가 주목했습니다. 기업들은 독자적인 생성형 AI 구축에 나서는 등 산업에 특화된 모습으로 AI가 진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AI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얼마나 체감하고 있을까요. 기업은 얼마나 변했을까요. 한국형 생성형 AI 진화를 들여다 봤습니다.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오늘은 지방 출장이 있는 날입니다. 출장을 위한 서류들을 준비했으니 미리 검토를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 같이 스마트폰이 자신 만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첨단화된 일상을 경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AI화(化)가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매 순간 스마트폰과 함께 하고 있는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바뀔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를 갖춘 스마트폰은 현재의 수동적 기기가 아닌, 복잡한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하고 사용자의 일상을 함께 관리하는 비서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형 생성형AI] 글싣는 순서
1. 생성형AI 심는 갤럭시S24…실시간 통역 통화도 가능
2. "상품 사이즈 교환할래요"…콜센터 전화하면 AI가 답한다
3. 앞다퉈 B2B 진출하는 AI 솔루션…수익은 어떻게
4. 네이버·카카오, 생성 AI 서비스 내실 다지기 전념
삼성전자는 최근 내년부터 모바일 기기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혁신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 기기를 통해 '온디바이스 AI' 등 종합적인 모바일 AI 경험을 제공할 것을 밝히면서 기존의 AI 플랫폼인 삼성 '빅스비'와 애플 '시리'와도 차이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 갤럭시 AI 폰, '사용자' 패턴·취향 최적화
다니엘 아라우조 삼성전자 MX부문 상무는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스마트폰이 AI의 가장 중요한 엑세스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온디바이스 AI와 서버 기반(클라우드) AI를 모두 활용한 하이브리드 AI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내년 초부터 모바일 기기에 하이브리드 AI를 제공한다고 밝히면서 당장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갤럭시S24'에 AI가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내놓을 갤럭시 AI 폰은 기기 자체에 AI가 이식되는 온디바이스 AI 형태다. 온디바이스 AI는 외부 슈퍼컴퓨터의 연산 데이터를 송수신하며 AI 기능을 구현하지 않은 채 기기 자체에 AI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다.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자체에 탑재돼 기능이 구현되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데이터 송수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온디바이스 AI에 서버 기반의 클라우드 AI를 접목해 '하이브리드 AI'를 스마트폰에 탑재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사용 패턴과 선호도, 취향 등을 학습해 각종 기능들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선보일 AI 폰은 기존의 빅스비 및 시리와는 달리 '사용자 개인'의 일상과 편의에 최적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빅스비와 시리는 사용자가 직접 명령을 내릴 때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날씨나 교통상황 등의 정보를 요청하면 그에 맞는 답을 해주는 것이 주된 방식이다. 또 메일을 보내달라는 명령을 내리면 메일앱을 켜주는 정도의 기능만 갖고 있다.
하지만 AI 폰은 사용자가 자주 활용하는 앱과 생활 패턴 등을 분석해 미리 결과물을 제공하고 복잡한 작업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용자가 이동해야 하는 장소나 이동 시간 등을 분석해 날씨와 교통 상황 등의 정보와 앱 기능들을 미리 제공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메일을 보내달라는 명령에 원하는 형식에 맞춰 메일을 작성하고 전송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될 갤럭시 AI 폰의 새로운 기술을 공개했다. 이는 업계 최초로 내놓은 '실시간 통역 통화(AI Live Translate Call)' 기능이다. 갤럭시 AI 폰을 사용자가 통화 중 모국어로 말을 하면 별도의 앱 설치 없이 갤럭시 AI가 실시간으로 상대방에게 통역해 내용을 전달해준다. 상대방이 갤럭시를 사용하지 않아도 통역이 가능하다. 통역된 대화는 음성으로도 들을 수 있으며 텍스트로도 표시된다.
또 온디바이스 AI로 제공되는 만큼 통화 내용은 외부로 빠져나갈 우려가 없다. 개인정보 보안까지 확보한 것이다.
사용자가 해외 바이어와 비즈니스 관련 통화를 할 때나 해외 여행을 갔을 때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 같이 스마트폰이 자신 만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첨단화된 일상을 경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실시간 통역 통화(AI Live Translate Call)' 기능 일러스트레이션.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는 이 같은 갤럭시 AI 폰 개발을 위한 기반 작업을 마쳐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를 공개했다. 당초 사내 업무용으로만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출시될 제품들에 삼성 가우스의 기능들을 단계적으로 접목할 계획이다.
삼성 가우스는 머신 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언어·코드·이미지 등 세 가지 모델로 이뤄져 있다. 언어 모델은 클라우드와 온디바이스를 위한 다양한 모델이 있으며 문서 요약과 번역 등 업무를 빠르게 처리, 기기를 스마트하게 제어할 수 있다.
코드 모델은 개발된 AI 코딩 어시스턴트 '코드아이(code.i)'는 사내 소프트웨어 개발에 최적회돼 개발자가 쉽게 빠르게 코딩하도록 돕는다.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코드 설명과 테스트 케이스 생성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지 모델은 사진과 그림 등 이미지를 쉽게 만들고 기존 이미지를 원하는 대로 바꾸도록 도와준다. 저해상도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전환할 수도 있다.
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성능을 높여 AI 폰의 활용도를 높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AP인 '엑시노스 2400'을 지난달 발표했다. 엑시노스 2400은 전작인 엑시노스 2200 대비 CPU(중앙처리장치)의 성능은 1.7배, AI 성능은 14.7배 향상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도 크게 높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내년에 상상 이상의 AI 폰을 내놓게 된다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며 "앞으로 많은 스마트폰 유저들이 AI 폰에 관심을 갖고 사용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이번에 삼성이 자체 AP인 엑시노스 2400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만큼 이미지 등 AI 관련 기능들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경쟁…"삼성, 사용자 중심 AI 집중해야"
현재 온디바이스 AI 등 생성형 AI를 탑재한 AI 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핵심 제품으로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은 차세대 OS(운영체제)인 'iOS 18'에 생성형 AI를 탑재하고자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생성형 AI 프로젝트에 연간 10억 달러(약 1조35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외신들은 애플이 내년에 AI 플랫폼 '시리'와 '메시지', '애플뮤직' 등에 생성형 AI를 접목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방식으로 시리 등의 플랫폼이 개선될 수 있다.
애플은 또 클라우드를 통한 거대언어모델(LLM) 서비스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애플의 개발 도구인 'X코드'에 통합해 개발자를 지원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구글은 지난달 공개한 최신 스마트폰 '픽셀8' 시리즈에 자체 AI 챗봇 '바드'가 적용된 '구글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 등 생성형 AI 서비스를 탑재했다. 구글은 AI와 머신러닝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자체 개발 칩 '텐서 G3'를 탑재하기도 했다.
샤오미도 최근 선보인 '샤오미14' 시리즈에 네트워크가 필요 없는 생성형 AI 기능을 구현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용자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AI 기능들을 계속 개발·탑재해야 시장을 선점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흥미로운 기능에 잠깐의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AI 기능들로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AI 폰의 타겟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하는데, MZ세대 등 새로운 소비 계층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AI 기능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실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기존의 AI 기능들도 많았던 만큼 AI 폰을 출시하기 전에 소비자들의 니즈(요구사항)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AI 폰이 하루 빨리 우리 일상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