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점령 없다" 확인하면서도 "안보 통제권 유지"
가자 비무장지대화 이후 팔에 통치 이양 구상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후 가자지구의 비무장화 구상을 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자 지구 정복을 추구하지 않으며, 점령하거나 통치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일 미국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을 끝낸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체의 안보를 무기한 책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발언은 국제사회는 물론, 강력한 동맹인 미국 정부의 반발을 불러왔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면서 "이는 이스라엘에도 좋지 않은 구상"이라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결국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점령 의도가 없음을 재천명하면서 논란을 무마하려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그는 다만 하마스를 제거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지는 않더라도, 이 지역을 무장해제시켜 이스라엘의 안보 환경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제거된 후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더 이상 가자가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면적인 비무장화를 포함한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철저한 보안 통제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해안 지역에 대한 통제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는 발언은 하마스 축출 후, 가자지구를 비무장 안전지대로 관리하며 안보통제권을 장악한 뒤 팔레스타인이 주도하는 민정 형태로 권력을 이양하는 단계적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했다.
네타냐후는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뿐 아니라 국제연합군이 한시적으로 가지지구를 관리하는 방안도 시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최근 비슷한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점령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전쟁 이후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팔레스타인인 중심으로 이양하되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는 전환기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으로 가자 지구를 점령하고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해오다가 2005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평화 협정에 따라 철군했다.
2007년부터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사실상 통치하자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대한 제한적 봉쇄정책에 나섰다. 이집트도 가자지구 남쪽 국경을 통제하면서 이 지역은 사실상 고립 상태가 됐다.
이후 가자지구 주민들은 전기, 물, 연료, 식량 부족 속에 만성적인 빈곤과 보건 위기에 시달려왔고, 360㎢의 면적에 240만명이 밀집해 살고 있는 가자지구는 '창살 없는 거대한 감옥'에 비유되기도 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