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기업 중 가장 먼저 RE100 선언...정식 가입은 3년째 미뤄져
경쟁사 롯데케미칼, 지난해 RE100 선언하고 올해 가입 성공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가장 먼저인 2020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한 LG화학이 3년째 정식 가입을 미루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롯데케미칼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자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이니셔티브'에 올해 공식 가입하며 두 기업의 엇갈린 행보에 업계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1위 LG화학이 화학 기업 중 처음으로 RE100을 공론화했지만, 2위인 롯데케미칼이 업계 첫 RE100 공식 가입사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RE100 공식 사이트에 등재된 롯데케미칼. 2023.11.17 aaa22@newspim.com |
◆ RE100 비가입 시 수출 30% 줄어...新무역장벽으로 작용
17일 국제 비영리기관인 클라이메이트 그룹(Climate Group)에 따르면 LG화학은 RE100 가입 기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월 RE100을 처음 선언하고 올해 7월 가입에 성공했다.
RE100은 클라이메이트 그룹(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위원회가 공동으로 2014년 시작한 민간 주도 운동으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RE100에 가입한 기업이 늘고 있다. 올해 11월 기준 애플과 제너럴모터스(GM), 삼성 등 기업 423곳이 가입했다.
여기에 'RE100' 가입 및 이행이 세계 각국의 수출 조건이 되면서 일종의 무역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KDI 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2040년까지 RE100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과 반도체, 자동차 사업의 수출액이 각각 40%, 31%, 1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RE100 회원사들의 평균 RE100 달성 목표년도는 2030년이고, 2050년은 RE100 달성은 가입을 위한 조건이다.
RE100 수출 규제의 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LG화학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LG화학의 주요 사업 부분 5곳 중 ▲석유화학 ▲첨단소재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3곳 수출 매출이 내수보다 높다.
LG화학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라는 뜻으로 RE100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RE100 가입을 뜻한 것이 아니다"며 "RE100 가입 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탄소 중립을 위해 관련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전체 해외 법인의 평균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을 49%까지 높이는 등 내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매년 오르는 추세지만, 걸음마 단계다. LG화학의 2021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국내는 2.9%, 해외는 13.8%로 집계됐다. 지난해엔 재생에너지 전환율로 표기되면서 11.6%를 기록했다. 올해는 11월 기준 14%로 집계됐다. RE100 회원사의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은 평균 49%다
LG화학 블로그에서 자사 RE100 선언에 대해 설명한 게시글. 2023.11.17 aaa22@newspim.com |
◆ 가입 선언 아닌 이행 목표?…LG화학의 오락가락 RE100 정책
LG화학은 RE100이라는 단어를 차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근까지 자사를 '국내 화학 기업 중 RE100을 처음 선언한 기업'으로 홍보하며 정작 공식적 가입을 미루고 있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LG화학은 2020년 7월 '고객과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성 전략' 발표에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RE100을 선언했다. 당시 LG화학은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해외사업장 RE100, 2050년까지 글로벌 전 사업장 RE100 달성 계획을 밝혔다. RE100 공식사의 목표와 가입 조건과 유사하다.
이후 LG화학은 자사 블로그와 보도자료, 기업 설명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최근까지도 RE100을 홍보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2월 'LG화학의 인베스터 데이'에 연사로 나선 신학철 부회장은 "화학업계 중 누구보다 빠르게 '탄소 중립 성장'을 선언했다"며 "강한 의지와 리더십으로 이를 실행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방위적 협력을 이어갈 것을 약속한 바 있다"며 RE100 실행 의지를 밝혔지만 LG화학의 행보는 이와 배치된다.
LG화학이 지난 3년간 발행한 지속가능보고서엔 2020년 선언 이후 RE100 관련 언급이 '0'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2021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부터 RE100 가입 후 기간을 단기·중기·장기에 나눠 각기 세부 실행 사항과 RE100을 확대 실현한 방안까지 적시했다. 더불어 ESG 위원회 산하 RE100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학사일수록 탄소 중립 실현 구호가 단순 '그린 워싱'에 그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RE100 이행에 드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며 "업계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상한제가 논의 될만치 REC 거래 가격이 40% 이상 크게 오르는 등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REC는 RE100 이행 수단 중 하나로 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 에너지를 공급했음을 증명하는인증서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상임이사는 "투자자와 주주, 고객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RE100 등 기후위기 해소 대책을 요구하는 것에 기업이 부응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전문성을 겸비한 재생에너지 전담 고위 임원을 선임하는 등 RE100 실현을 위해 정확한 판단과 구체적인 실행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전언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