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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화재에도 아파트 방화문 '활짝'…"안전교육 강화해야"

기사입력 : 2023년12월27일 14:30

최종수정 : 2023년12월27일 14:50

매해 사고 빈번한데 방화문·스프링클러 등 제구실 못해
전문가 "자동 방화문 설비 효과적…화재 교육 겸해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기자 = "불이 났으니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밖으로 나가니까 유독 가스가 확 들어오더라고. 순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었어. 기침이 나서 침을 뱉으니까 까만 가래가 나왔어"

지난 25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 아파트 주민 송모(62)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아파트 화재 사고는 매년 일어난다. 매해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화재만 2600건(2021년 기준)에 이른다.

이처럼 아파트 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불구, 각 아파트마다 방화문이나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응 시설이 제구실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 한 층에 세대가 많음에도 불구, 소화기가 한대 부착되어 있고 방화문은 열린 채 돌로 닫히지 않도록 고정되어 있다. 2023.12.27 mkyo@newspim.com

27일 뉴스핌 취재진이 서울 인근 아파트를 둘러본 결과, 사고 후에도 방화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돌이나 고임목 등을 바닥에 끼워 아예 닫히지 않도록 조치해 둔 곳도 많았다. 방화문은 화재의 확대와 연소를 방지하기 위해 건축물 개구부에 설치하는 문으로, 화재 시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치해야 한다.

화재가 난 서울 도봉구 아파트 또한 취재진이 구조가 같은 옆 동을 올라가 1층부터 마지막 층인 23층까지 살펴본 결과, 층마다 방화문이 열려 있어 연기가 바로 복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또 일부 계단식 아파트에서는 층마다 소화기만 설치되어 있을 뿐, 방화문 자체가 없는 곳도 많았다. 취재진이 둘러본 관악구 일부 아파트는 양쪽 집 사이에 소화기와 소화전만 있을 뿐, 별다른 방화문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 아파트 주민 A씨는 "이 아파트 살면서 문이 닫힌 건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이 문이 방화문이란 것도 잊고 살았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설치도 미비한 상태였다. 그나마 신축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대다수 설치되어 있었으나, 일부 구식 아파트의 경우 스프링쿨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경기 양주시 덕계동에 위치한 28층짜리 신축 아파트에는 26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것이 확인됐으나, 잠실에 위치한 구축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스프링클러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 천장에 화재감지기가 설치되어 있다. 2023.12.26 dosong@newspim.com

전문가들은 방화문이 화재 시 매우 유용한 장치이기에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발생 시 방화문이 닫히면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방화문만 정확하게 닫혀 있어도 세대 안에서 발생한 화염이 다른 층이나 인접 세대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또한 "방화문은 화염과 유독가스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했다.

다만 방화문은 닫혀 있을 때 성능이 발휘되기 때문에 열어놓으면 의미가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근 화재경보기와 연동해 자동으로 방화문이 닫히는 구조가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화재 신호에 연동해서 자동으로 방화문이 닫힐 경우 제대로 성능이 발휘돼 화재 면적이나 연기 확대,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고, 공 교수 또한 "원칙적으로 방화문을 닫아 놓는 게 좋고 대안으로 자동 방화문 설비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화재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공 교수는 "소방 안전관리자가 소방 교육과 훈련을 하기로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도 도움이 된다"고 했고, 이 교수 또한 "훈련을 한 번 해보는 것과 안 해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며 "연기 등에 의해 계단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대피 해야 하는지 교육도 하고 훈련도 하면 침착하게 대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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