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이 출연한 영화 '소풍'이 현실적인 노년의 삶을 그리며 모두의 공감대와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화 '소풍'이 오는 7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이 전면에 나서면서 시니어 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저마다 자식 걱정에 고단하고 잃어가는 건강에 지치는 노년의 고민을 담아냈다. 이들을 관조하듯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읽힌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소풍'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4.01.23 jyyang@newspim.com |
◆ 삶의 막바지, 돌아보는 소중한 사이…최고의 배우들 협연
파킨슨 병을 앓으며 약 기운에 자꾸 헛것이 보이는 은심(나문희)은 갑작스레 찾아온 금순(김영옥)의 행동에서 별난 점을 느낀다. 아들과 딸이 결혼해 사돈이 된 둘은 어릴 적부터 평생을 함께한 친구다. 아들의 사업 실패로 집을 팔아달란 말에 갑갑해진 은심은 금순과 함께 60년 만에 고향으로 향하고 자신을 짝사랑했던 태호(박근형)를 만나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나문희가 연기한 은심은 눈빛, 표정 하나로 관객들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어린 시절의 은심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애달픈 표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매번 쿵 내려앉게 한다. 누구나 맞게 될 노년, 은심은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들의 끊임없는 경제적 요구를 마다하지 못한 채로 지내왔다. 오해와 루머로 쫓기듯 떠나온 고향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천진난만하게 행복해하는 모습조차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소풍'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4.01.23 jyyang@newspim.com |
금순은 유일하게 은심과 지금껏 이어진 고향 친구다. 김영옥은 남쪽 끝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고질적인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눈에 그린 듯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낸다. 박근형은 태호 역으로 60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 앞에서 아이처럼 신이 난 모습으로 두 친구를 웃게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온 노년의 삶이 비슷한 듯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 끊어낼 수 없는 자식 걱정, 눈 앞으로 다가온 '죽음'과 현실
누구에게 죄 짓지 않고 평생을 일구어온 이들도, 지나온 삶에 회한은 남게 마련이다. 은심은 힘들었던 순간마다 붙들어준 금순에게 각별한 고마움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금순은 타고난 다정함으로 은심에게 관심을 쏟고 보살핀다. 고집스럽게 가업을 지켜온 태호는 자신 때문에 도시로 가지 못하는 딸에게 미안해한다. 우리 부모님이 할 법한 생생한 고민들은 이 영화를 더욱 현실적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소풍'의 한 장면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24.01.23 jyyang@newspim.com |
은심을 짝사랑했던 태호만큼이나, 멀리 떨어져서도 오래도록 곁을 지켜준 금순과 나눈 감정도 깊다.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다정의 기반에는 깊은 애정과 사랑이 있다는 걸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마지막까지 나누어주는 것이 바로 '소풍'의 의미가 아닐까. 나이가 들고 저물어간다는 서글픔, 그럼에도 소중한 사람과의 감정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같은 것들을 들여다보게 하는 따뜻한 영화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