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정지안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평범해요. 본인은 특별하다는 걸 모르고 자랐지만 강단 있는 인물이죠. 그런 지점이 저랑 맞닿아 있던 것 같아요."
2015년 네이버TV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데뷔한 배우 김혜준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지금까지 선보인 연기와 결이 다른 역할을 맡았다. 유일한 보호자인 삼촌 진만(이동욱)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삼촌이 남긴 수상한 쇼핑몰로 인해 위험에 빠진 지안의 이야기를 그린 이번 작품에서 김혜준이 주인공 정지안을 연기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혜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4.02.07 alice09@newspim.com |
"이제 막 엔딩이 공개됐지만 개인적으로 지안이를 보내주기 싫어요(웃음). 지안으로 최선을 다해 살았던 시간이 떠올라서 보내주기 아쉬운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가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꺼내지는 인물들도 있고, 그로 인해 성장하는 지안이의 서사가 좋았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택할 수밖에 없었죠."
작품은 지안의 유일한 보호자인 진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가 남긴 수상한 쇼핑몰로 인해 위험에 빠지는 내용이다. 진만이 운영하는 쇼핑몰은 킬러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파는 곳으로, 이를 알게 된 지안은 쇼핑몰 창고를 노리는 고객들의 습격으로 한순간에 위험에 처한다.
"사실 처음에 제안이 들어왔을 때 드라마 '구경이' 직후이기도 했고, 제가 또래에 비해 장르물을 많이 했다고 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고사를 했어요. 그런데 다시 제안을 주셨고, 대본을 읽어보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웃음). 피 튀기는 작품은 그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재미있으면 해야지 싶더라고요. 그래서 하게 됐어요. 지안이가 굉장히 평범하지만 본인은 특별하다는 걸 모르고 자란 인물이에요. 강단 있고 단단하죠. 감독님도 저의 그런 모습을 봐주신 것 같아요."
김혜준이 맡은 정지안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삼촌의 손에 자란 인물이다. 부모를 잃은 충격에 실어증을 겪지만 당차고 거침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삼촌 진만의 죽음에 담담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텅빈 집을 보고 눈물을 터뜨리며 다채로운 감정을 연기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혜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4.02.07 alice09@newspim.com |
"기본적으로 지안이의 기저에 우울감이 깔려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톤 자체를 높게 잡지 않고 차분하고 시니컬하게 가져갔죠. 그럼에도 지안이는 씩씩한 인물이기 때문에 삼촌과 있을 때 장난치고 풀어지는 장면을 통해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작품을 보시면서 지안이가 답답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작품이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만들어 낸 거기 때문에 보시면서 그 정도의 갈등을 안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갈등과 꼬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답답하다고 느끼시는 부분은 그만큼 지안이에게 몰입하고 계신다는 뜻으로 좋게 생각하려 해요. 하하."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총 8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어 냈기 때문에 극중 지안은 단벌신사로 나오게 된다. 초록색 트레이닝복 상의에 빨간 트레이닝복은 단벌신사임에도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여러 트레이닝복을 입어봤는데, 작품에서 입고 나왔던 게 감독님 마음이 드셨던 것 같아요. 하나의 의상이었고, 지안이의 성장 서사가 주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의상을 통해 지안이의 캐릭터성이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거든요. 사실 색깔로 봐도 평범해 보이진 않잖아요(웃음). 또 상의를 집업으로 입은 것도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택하기도 했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김혜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4.02.07 alice09@newspim.com |
작품은 삼촌이 어떤 사람이었고, 쇼핑몰의 정체를 채 파악하기도 전에 무기로 가득한 쇼핑몰 창고를 노리는 고객들인 킬러들의 습격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다. 극중 지안은 킬러들과 대적해야 했기에 남다른 액션을 소화해야만 했다.
"무에타이는 정말 힘들었어요(웃음). 분명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이 안 따라 주더라고요. 하하. 액션을 하면서 미숙함이 나오는데 그걸 오히려 살리려고 했어요. 무술을 배웠고, 또래보다 강인하다고 하지만 전문 킬러가 나오는 작품인데 그 사람들과 대적해서 이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5화에서 제가 던밀스 씨를 상대로 사력을 다해 싸우지만 타격감이 전혀 없어요. 힘의 밸런스가 잘 맞았다고 생각했어요. 사력을 다해 싸우지만 질 수밖에 없는 포인트를 만든 거죠."
2015년에 데뷔했지만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서 맡은 어린 왕비 계비 조씨를 맡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가장 절실했던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기억해주신 작품이고, 혹평도 호평도 많이 받았어요. 그걸 겪으며 많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제 성격상 도망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겨내고 싶었거든요. 그때 '내가 연기가 진짜 좋은가보다' 싶었어요. 당시에 선배들에게 청할 수 있는 도움은 다 청했던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절실했고요. 그 덕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