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이스라엘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대거 피신해 있는 라파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강경한 군사 대응으로 인질 구출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장기 휴전을 추진했던 미국 등의 가자지구 평화 해법 중재 노력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라파의 모든 방면에서 격렬하게 폭격하며 공격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67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12일 새벽 정보기관 신베트, 라파 특별 경찰부대와의 합동 작전으로 라파 시내의 한 아파트 건물에 인질로 잡혔던 페르난도 시몬 마르만(60)과 루이 하르(70)를 구출했다고 밝혔다.
구출된 인질은 군용 헬기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인근 라마트간에 있는 셰바 메디컬 센터로 옮겨져 간단한 건강 진단을 받은 뒤 가족들과 상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성공적인 구출 작전에 기쁘지만 아직 가자에 134명의 인질이 억류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피해 팔레스타인 주민 240만명 중 140여만명이 피신해 있는 지역이다. 이집트와 접경해 있어서 팔레스타인으로 전달되는 국제사회의 구호 물자의 관문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초반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 라파 등 남부 안전지대로 떠나라고 소개령을 내렸지만, 북부 지역을 대부분 장악한 이후 라파가 하마스의 마지막 은신처 중 하나라며 대규모 진격 작전을 예고해왔다.
국제사회는 물론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라파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은 엄청난 인명 피해와 함께 인도적 위기에 처해있는 팔레스타인들을 사지에 내몰 것이라며 이를 만류해왔다.
전쟁 초기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을 옹호해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최근들어 하마스와의 장기간 휴전을 통해 인질 석방과 주민 보호를 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해왔다.
그는 토니 블링컨 국무 장관을 중동 지역에 급파해 휴전 협상을 중재토록 하는 한편 지난 8일에는 직접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직접 45분간 전화 통화를 가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통화가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구출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지원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인질 구출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휴전 제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하마스는 45일씩 3단계에 걸쳐 휴전을 연장하면서 단계별로 억류하고 있는 인질 1명 당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 10명을 동시 석방할 것을 요구하는 휴전안을 제안했고, 미국 정부도 이스라엘 정부에 타협을 종용해왔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에 대한 1차 공격과 인질 구출 작전이 완료된 뒤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사적 압박을 계속하는 것만이 모든 인질 석방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일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에도 "하마스의 요구에 굴복하면 또다른 대학살을 불러들일 뿐"이라면서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군사 압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초강경파 연립내각을 이끌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진격 작전 지시를 통해 이를 미국의 휴전 요구를 거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가자 주민 사망자가 2만8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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