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야외 설치 대형 타워 '막' 포함 40여점 전시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리움미술관에서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필립 파레노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필립 파레노 국내 첫 개인전 '보이스(VOICE)' 개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전시로, 미술관에서도 전관을 사용하는 최초이자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전시"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필립 파레노 작가 [사진=김제원, 리움미술관] 2024.02.26 alice09@newspim.com |
이번 전시는 전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으로, 1990년대 초기작부터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하는 대형 신작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개인전이다.
이날 김 부관장은 "전시를 드디어 오픈하게 됐다. 필립 파레노 전시는 설명 드리기 힘든 작가이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고 어떤 내용인지 설명 드리면 너무 편하겠으나 작가의 전시는 공연과도 같다. 전시기간 내내 진화하고 변화하는 시간과 과정을 경험하는 게 필립 파레노 작가 작업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는 야외 데크에 설치된 타워부터 시작 된다. 이는 인공지능인데 모든 외부환경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를 통해 미술관으로 전송이 된다. 그 데이터는 컴퓨터 프로세스에 들어가 계속 변화하고 다른 요소와 만나고, 그 데이터가 전시장에 있는 작품을 활성화 시킨다. 실제와 가상의 목소리가 전시 공간 전체를 맴돌고 있다. 리움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동기계로 변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필립 파레노의 전시 '보이스'는 하나의 목소리가 아닌 '다수의 목소리'이다. 이는 작가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요소이며 작품과 전시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 목소리들은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발화하는 주체로 변신한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 전시 전경 [사진=리움미술관] 2024.02.26 alice09@newspim.com |
김 부관장은 "서베이 전시라는 것에 걸맞은 1990년대 첫 작품부터 최신작 일부가 소개가 된다. 눈으로 감상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감상해야 하는 전시이다. 작업 초기부터 오브제를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라며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작가에게 큰 관심은 미술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미술이 주목하지 않았던 시간성에 주목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시간이 가며 변화하는, 예측 불가한 형태를 예술로 취한다. 또 우리에게 낯선 경험을 제안한다. 익숙한 고정관념을 깨는 작가이며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마치 공연과도 같은 전시가 된다. 다른 작가들처럼 완성된 조각이나 그림을 만드는 작가는 아니다. 작가와 우리, 외부 환경이 서로 상호교류하면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면서 완성이 된다. 전시 전에 보면 죽어있는 유기체 같다. 전시가 시작되면 외부요소에 자극을 받고 공간 자체가 생명령을 가진 유기체처럼 변화한다"고 덧붙였다.
리움미술관에서는 데크의 대형 신작 '막(膜)'을 시작으로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 M2 B1, 1층, 로비에서 '차양' 연작, '내 방은 또 다른 어항', '마릴린', '세상 밖 어디든' 등을 포함한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중 야외 데크에 설치된 '막'은 타워처럼 보이지만 색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두뇌로 새롭게 탄생한 목소리인 '델타 에이(∂A)'와 상호작용하며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한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 전시 전경 [사진=리움미술관] 2024.02.26 alice09@newspim.com |
이 '막'은 센서 기능을 갖고 있어서, 기온, 습도, 풍량, 소음, 대기오염, 미세한 진동까지 지상의 모든 환경 요소를 수집하고 미술관 내부로 보낸다. 유입된 이 데이터는 사운드로 변환되기도 하고 새로운 목소리를 자극하기도 하며 전시를 활성화시킨다.
이에 김성원 부관장은 "전관 여섯 장소를 사용한다. 특히 타워의 목소리는 배우 배두나 씨를 초청해서 실제 목소리를 녹음하고, 인공지능이 배두나 씨 목소리를 변형시켰다. 그 목소리는 '델타 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필립 파레노 작가는 "미술관이라는 곳은 닫힌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세계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있는 곳이다. 비싼 작품을 전시해야 하기 때문에 빛에 필터링을 걸어 들이거나 온습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저는 그건 공간에 틈을 내고 싶었다. 바깥에 있는 타워를 생각할 때 제가 사용한 센서를 통합시키면 어떤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많은 것을 예민하게 느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 전시 전경 [사진=리움미술관] 2024.02.26 alice09@newspim.com |
이어 "타워라는 것이 캐릭터가 살아가는 장소라고 생각해봤다. 이를 통해 대기의 변화, 지각의 변동 등 모든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고, 49개 센서가 데이터와 신호를 전송해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그 자체로 언어가 될 수도 있다. 캐릭터에게 인간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싶었고 배두나 씨 목소리를 빌려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M2 1층은 여러 협업자들과 제작한 1990년대~2000년대 초기작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 듀오 M/M(Paris), 네덜란드 패션사진 듀오 이네즈 앤 비누드, 동료 작가 피에르 위그 등과 제작했던 10여 점의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 작가의 유년기를 배경으로 한 희망과 디스토피아에 대한 사진과 영상 '엔딩 크레딧'과 이름도 역할도 없는 일본 망가 캐릭터 '안리'에 목소리를 부여해준 영상 작품 '세상 밖 어디든'은 대상이 여러 형태의 목소리로 가시화 되어 존립의 (불)가능성과 예술의 저작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파고든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 전시 전경 [사진=리움미술관] 2024.02.26 alice09@newspim.com |
나아가 조명 및 가구 설치 작품 '루미나리에(피에르 위그, 필립 파레노, M/M)'과 그래픽 포스터 '안리: 유령이 아닌, 그저 껍데기(피에르 위그와 필립 파레노)'는 피에르 위그, M/M(Paris)와 다양한 매체의 협업 방식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 '내 방은 또 다른 어항', '석양빛 만(灣), 가브리엘 타드, 지저 인간: 미래 역사의 단편'과 '대낮의 올빼미', '일광반사경', '최초의 차양', '마릴린', '귀머거리의 집', 'C.H.Z.(지속적 생명체 거주 기능 영역)' 등 작가가 상상한 메타 세계와 현실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를 선보인 필립 파레노는 전시명 '보이스'에 대해 "이 목소리라는 것은 누구든지 어떤 사물에 집중하게 된다면 그것으로부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목소리라는 것이 순간과 관객으로서의 관계를 맺는 기반이 전시 안에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 전시 전경 [사진=리움미술관] 2024.02.26 alice09@newspim.com |
이어 "떠다니는 목소리가 우리의 주위를 사로잡는 것으로 전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사물이라는 것들이 환생을 해서 목소리를 갖게 되는 순간, 그것은 세계의 일부를 이루는 주체가 되고,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어 전시명을 그렇게 짓게 됐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필립 파레노 작가는 "저라는 사람도 작품들처럼 어느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방황하는 사람인 것 같다. 요리를 제외하고 무엇을 하더라도 완결됐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작업 방식을 바꾸곤 한다. 제가 바꾸는 변화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예술이자, 이번 전시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필립 파레노의 국내 첫 개인전 '보이스'는 오는 28일부터 7월 7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관람은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 및 현장 발권으로 가능하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