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LG전자' 협업으로 글로벌 XR 시장 3파전 양상
삼성전자, 메타 자체 개발 AI 반도체 파운드리 맡을까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메타의 마크 저커버스 최고경영자(CEO)가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전략적 협업을 타진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LG전자와는 확장현실(XR) 분야에서 협력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다. 특히 메타가 이번 협력을 통해 자체 개발 AI칩 생산을 본격화한다면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AI칩 시장의 독점적 지형은 흔들릴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글로벌 IT·전자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부터 콘텐츠·서비스,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AI 역량을 결집, 미래 가상공간 영역을 선점한다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저커버그 CEO는 지난 2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등과 잇따라 회동하고 AI와 XR 등 미래 분야 기술 협업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조주완 LG전자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주)LG COO가 28일 회동을 기념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 LG전자, 개발 역량으로 '메타표 XR' 고도화
저커버그 CEO와의 만남에서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한 건 LG전자다. 이번 회동에서 저커버그 CEO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아닌 조주완 CEO를 만난 것은 사업적으로 실질적인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양사 간 협력은 결국 애플 견제 차원에서 비롯됐다. 회의에서는 양측 차세대 XR 기기 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략부터 구체적 사안에 대한 논의를 했다. 메타는 이미 2014년 가상현실(VR) 기기 자회사 오큘러스를 인수해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애플이 이달 초 미국에서 '비전 프로'를 선보이면서 시장에서 뒤쳐졌다. 비전 프로는 3499달러(약 466만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전자업계 예상 판매량의 3배인 18만대 가량 판매됐다. 이에 메타는 프리미엄 XR 헤드셋·플랫폼·콘텐츠 개발 차원에서 LG전자의 디바이스 개발 역량, 영향력 등을 고려해 동맹을 추진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메타는 LG전자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다수의 부품기업 계열사를 가졌다는 점을 고려, 디바이스 고도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 회동에는 권본석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참석했는데, LG전자 측은 이에 대해 "메타와 다른 LG 계열사들 간 협력 가능성을 고려해 (권 COO가)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메타와 LG전자의 협업으로 글로벌 XR 시장은 3개 빅테크 기업이 진영을 나눠 경쟁하는 형국이 됐다. 애플이 XR 헤드셋 비전 프로로 시장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언팩 당시 구글, 퀄컴과 'XR 동맹'을 구축하고 XR 헤드셋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메타-삼성전자, AI 반도체 파트너십 가능성
저커버그 CEO는 이번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저커버그 CEO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회동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챗GPT의 대명사'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한국을 방문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달아 국내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실상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를 독점 공급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체 개발에 나서며 반도체 분야 동맹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 간 회동 역시 메타의 AI칩과 연관돼있다. 회동의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메타가 개발 중인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 3′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AI 반도체 생산을 삼성에 맡기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양사는 현재 안정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메타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AGI 생태계를 목표로 자체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작년 5월 자체 개발 칩인 'MTIA'도 처음 공개했는데, 이를 생산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협력이 절실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안정적인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 결국 양사가 '메타 자체 개발 AI 칩'을 만드는 데 협력해 '윈윈'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와 오픈AI 모두 AI 반도체의 엔디비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체 AI 반도체 칩 개발이 목표"라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처럼 직접적으로 AI 반도체를 공급할 수는 없지만 파운드리를 통해 대량으로 반도체를 만들 수는 있고 AI 반도체 필수로 떠오른 HBM까지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어 양사 협력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