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책임의식·주의의무 요구"
"잘못 처방할 경우 환자 건강상태에 심각한 위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교도소 수감자들을 직접 진찰하지 않고 편지를 통해 전해들은 증상만으로 처방전을 작성한 의사에게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 발표후 전공의 집단행동이 거의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대학병원 본관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와 의과대학 학생들은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2,000명을 취소해 달라"며 집단소송을 낸 상태이다. 2024.03.13 yym58@newspim.com |
A씨는 지난 2000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자로 2019~2020년에 교도소 수감자들을 직접 진찰하지 않고 편지를 통해 증상을 전달받은 뒤 마치 직접 진찰한 것처럼 처방전을 작성하고 교부해 의료법 위반죄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보건복지부는 A씨에게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결국 법원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수감자들이 통증을 호소하기에 의사로서 책임감과 안타까운 마음을 느껴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처방전을 발급해줬을 뿐"이라며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았고, 당초 원격진료 내지 대리처방이 법령에 의하여 허용되는 것으로 착각해 이 사건 위반행위를 했다가 대리처방 관련 안내문을 통해 불법임을 확인하고 곧바로 중단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행위는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로 볼 수 없는 데다 법령을 잘못 이해한 탓에 실수로 저지른 측면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보다 가벼운 처분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 대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경우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 잘못된 약이 처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잘못 처방된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게 되면 건강상태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그와 같은 처방전 발급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의료인에게는 높은 수준의 책임의식과 주의의무가 요구되는바, 특히 처방전은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판단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원고가 처방한 의약품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그 특성상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의 입법취지나 의료인의 업무가 국민의 생명·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법 위반행위는 엄격히 규제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큰데, 원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받게 될 불이익은 원고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일 뿐 아니라 공익상 필요성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