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단위 자율배상 추진, 과징금 대폭 감면 기대
은행장 처벌 가능성 낮아, 시스템 개선 중점
금융당국, 피해자 신속배상 및 재발방지 방점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 은행권이 조단위 규모의 자율배상을 추진하면서 금융당국 제재수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자율배상 여부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한만큼 과징금 규모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경영진(은행장) 처벌 역시 책무구조도 도입 전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사태로 시스템 개선만으로는 소비자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과제가 도출됐기에 향후 경영진 책임과 연동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권에서는 홍콩ELS 제재 결정은 내달 이후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속한 사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자율배상 여부를 감안해 제재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만큼, 본격적인 피해자 개별협의 진행 상황을 반영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관심이 모아지는 과징금 규모는 법령상으로 '조단위'까지 가능하다.
2021년부터 시행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과징금 조항(57조)에는 '위반행위와 관련된 계약으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100분의 50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징벌적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금소법에서 말하는 수입은 투자액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 홍콩ELS 사태에 대입하면 은행 판매액의 절반 가량을 과징금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최다 판매 은행인 국민은행은 4조원, 기타 은행들은 1조원 이상을 부과받을 수 있다.
반면 시행령 부칙에서 '위반상태의 해소 및 그밖에 금융위가 정해 고시하는 사유를 고려'해 과징금을 줄일 수 있는 조항도 마련했다. 결국 각 은행들의 자율배상 규모에 따라 금융당국이 얼마든지 과징금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당초 배임 가능성을 내세워 미온적이었던 은행권이 최근 자율배상 신속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역시 과징금 감면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다. 조단위 과징금을 막기 위해 선제적 배상에 나섰다는 명분이 확보된다면 배임 리스크 해소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징금과 관련된 당국과의 접촉은 전혀 없다"면서도 "자율배상이 피해자 신속 배상과 정부 제재 회피, 사회적 비용 절감 등 다각적인 효과가 있다면 은행 입장에서도 막대한 실손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실익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별 과징금이 자율배상을 감안해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경우, 피해자연대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은행장 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DLF 사태에서 보듯, 경영진 제재는 금융사 제재에 따른 연동 또는 후속 조치 성격이 강한데 자율배상으로 경감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경영진을 별도로 처벌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 책임을 묻기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이 아직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금소법만으로 경영진 처벌을 내릴 시 법적 다툼의 여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문이 있는 자율배상과 달리 은행장 제재는 경영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냉정하게 법적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당국 방침이 투자자 피해를 최대한 빨리 해소하자는 데 중점을 맞추고 있는만큼 이에 따라 방향성을 잡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