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도 엔화 가치가 34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일본 금융 당국의 개입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151.97엔까지 밀리며 1990년 7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52엔을 위협하자 BOJ는 일본 재무성 등과 긴급회의를 열었고 현재의 환율 움직임이 기본정책(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며 "투기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과감한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고, 해당 발언이 나온 28일 오전 엔·달러 환율은 151.33엔까지 내려온 상태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지만 금융정책 정상화 속도를 천천히 가져가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점 때문에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 전망이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시장 예상대로 엔저가 계속되면 당국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일각에서는 개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 예상 개입 시점 152~155엔...효과는 '미미'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구두 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 반등폭이 크지 않다면서, (엔화 약세에 대한)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게 그만큼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2021년 이후 투기세력들은 꾸준히 엔화 숏베팅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 몇 달 사이 엔화 숏베팅은 더 활발해진 상태다.
뱅가드 자산운용 국제금리 담당자 알레스 쿠트니는 "일본 금융당국 개입으로 엔화 가치가 오르면 달러-엔 롱포지션 재진입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리스 글로벌 외환대표 브래드 벡텔은 "(엔·달러 환율이) 152엔을 돌파해 단기간에 155엔까지 치솟으면 당국이 바로 개입하겠지만, 환율이 횡보하면서 조금씩 오르는 것은 큰 우려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현재 엔화 숏베팅이 몰린 상태로, 엔화 추가 약세 베팅은 불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국 개입이 152~155엔 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2~155엔 범위에 도달하면 일본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일본 통화당국은 지난 2022년 10월 당시 환율이 151.95엔 수준을 넘어섰을 당시 세 차례에 걸쳐 9조2000억엔을 투입해 엔화 가치 방어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국의 개입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어차피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상당한 상황이며, 일본 수출 증가 효과 등의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당국이 굳이 개입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셉 왕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공개시장운영 트레이더는 자신의 엑스(구 트위터)에 "당국 개입은 단지 조금의 시간을 벌어줄 뿐 결국은 낭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