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의대 증원 여론 압도적…사과 메시지도 필요"
박상병 "원칙은 좋지만…의료개혁 로드맵 제시해야"
최창렬 "국민의힘에겐 결정적인 악영향"
최창렬 "국민의힘에 악재…불통·독선으로 비춰져"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총선을 9일 남기고 의료개혁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가장 큰 갈등 원인이었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규모를 축소한다고 하면 국민의힘에 악재가 될 수 있지만, 이번 대국민담화에서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며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에 대한 설명을 했기 때문에 국민들 입장에선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의대증원·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2024.04.01 photo@newspim.com |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 형태의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하다"면서도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라며 증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 있는 법"이라면서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법"이라고 했다.
이어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있음에도 의사협회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지금이라도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으로서 수많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여러분을 제재하거나 처벌하고 싶겠나"며 "의사단체는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함께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협회를 겨냥해선 "그동안 정부와 수십 차례 의사 증원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나. 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역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마포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조정훈 마포구갑 후보(왼쪽), 함운경 마포구을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03.28 leehs@newspim.com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나름대로 의료개혁 문제에 있어서는 여론이 의사들에게 안 좋게 돌아가고 있다"라며 "그쪽(대통령실)에서도 동향을 파악해서 한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불안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일말의 여지를 주기 위해 한동훈 위원장도 숫자를 조정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어 "만약 (의대 증원) 숫자를 조정해야 된다라는 이야기를 했으면, 대통령이 물러서는 그림이다. 그럼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유는 의대 증원을 해야 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데 있어서, (의료 개혁 문제가 아닌) 다른 일에 있어서 독선적으로 비춰진 측면이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 지나가는 식으로 사과한다는 메시지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원칙은 옳다고 본다. 의료개혁의 핵심은 정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2000명 증원에 대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잘한 것"이라며 "만약 물러난다고 했으면 의료개혁을 포기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원칙은 좋은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진 못한 것 같다"라며 "국민들은 의료개혁에서 의대 정원만 2000명을 늘린다고 생각하지, 간호사법에 대해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모른다"라며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의료개혁 방향을 총체적으로 설명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딱 총선을 앞두고 좋은 타이밍 아닌가. 예를 들어 총선 이후 첫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간호사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하고, 국민들께서 생각하는 응급병원 의사 숫자, 지방 의료시설 지원, 의료보험 수가 인상 등도 반영하겠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정치평론가는 "다만 윤 대통령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면서 의료개혁 방향을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게 없어 보인다"라며 "오히려 구체적으로 총선 이후 로드맵까지 밝혔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지금 담화로는 지지율의 변동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반면 이번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국민의힘에 악재라는 평가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국민의힘에겐 결정적인 악영향"이라며 "(대국민담화 이후) 남은 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고집하겠다는 것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이어 "핵심 쟁점이 의대 정원 2000명이었다. 이번 갈등이 의료개혁이고 여러 주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와 의사들 간의 갈등의 핵심은 2000명 증원을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윤 대통령이) 입장을 분명히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합리적인 안이며, 양보를 안 하겠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2000명 증원이 옳다 그르다의 차원을 떠나 스스로 생각을 바꾸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총선에 아니었다면 소신이 있다라고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상당히 불통이자 독선으로 비춰진다"라고 덧붙였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