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건물·도로에서 철통경호
공개하던 차량 번호판도 지워
"드론테러에 노동자 폭동 때문"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경호를 부쩍 강화한 정황이 포착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지난 5일 평양 화성지구 주택건설장을 방문한 김정은(파란색 원) 국무위원장을 경호요원(붉은 원)들이 둘러싸고 있다. 영상에 드러나지 않은 요원들을 포함하면 10명을 넘는 숫자로 김정은과 수행 간부보다 많다. 붉은색 점선 속 인물은 경호 책임자인 김철규 국무위 경위국장.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24.04.08 |
8일 뉴스핌이 김정은의 지난 5일 평양 화성지구 주택건설장 방문 영상을 입수해 정밀 분석한 결과 이례적으로 근접 경호에만 10여명의 요원을 배치하는 등 신변에 대한 보호대책 수위가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평양 뉴타운 성격의 이곳은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공사 현장이라 주민들이 아직 살지 않고 있고, 건설 노동자 등도 김정은 방문에 맞춰 접근을 완전 차단한 상태였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사실상 건물과 도로가 텅 비어있는데다 김정은에게 접근하는 주민이나 군중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경호 강화 동향이 나타나 대북 첩보망을 가동해 배경을 파악 중"이라고 귀띔했다.
[서울=뉴스핌] 지난 5일 평양 화성지구 주택건설장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형사판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다. 뒷편으로 근접경호를 펼치는 경호요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4.08 |
북한 영상에는 김정은이 조용원 노동당 조직담당 비서,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측근과 함께 현장에 도착해 건물 안팎을 돌아보는 장면이 나타난다.
또 현장 공사 책임자인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과 박훈 부총리 등 수행 간부보다 많은 10여명의 경호원이 김정은을 둘러싼 모습이 담겨있다.
대부분 손에 검은색 가방 형상의 제품을 들고 있었는데, 유사시 요인 경호를 위해 펼쳐들 수 있는 방탄 소재의 방호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경호요원은 김정은 신변경호를 총괄하는 김철규 국무위원회 경위국장의 현장 지휘를 받아가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고, 김정은이 현장을 떠날 때에는 차량을 둘러싸고 철통경비를 펼치는 장면도 연출했다.
[서울=뉴스핌] 지난 5일 평양 화성지구 주택건설장 방문을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방탄 기능 등을 갖춘 전용차량 마이바흐 풀만가드 S600의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도록 블러 처리돼 있다. 맨 오른쪽은 의전 책임자인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24.04.08 |
김정은은 이날 마이바흐 풀만가드 S600 차량을 타고 나타났는데, 북한은 번호판을 모자이크 처리해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지난달 15일 푸틴이 선물한 아루르스를 처음 타고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나타났을 때 차량 번호판을 그대로 노출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김정은에 대한 경호 강화 조치와 관련해 최근 국제분쟁 등에서 드론테러를 통한 요인 암살이 빈번해진데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폭동이 잇따르는 등 어수선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