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 집필단, 독도 표기 내부 문제제기 있었지만 묵살
100여일 간 자체 감사 실시했지만 결론은 솜방망이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해 논란이 된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집필진들이 독도 관련 표현에 대한 내부 문제제기를 받았음에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관련자들에게 '경고'와 '주의'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경고와 주의는 징계에 포함되지 않는 행정 처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과 수천만원의 예산을 낭비했지만, 감사 결과가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것이다.
국방부는 26일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독도 기술 관련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 5일까지 무려 약 100일 동안 진행됐다.
국방부가 지난해 말 배포 후 회수한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 표지. [자료=국방부] |
국방부가 지난해 말 발간해 일선 부대에 배포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는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하고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표현이 담겼다.
한국 정부는 '독도 관련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국방부가 독도를 센카쿠열도, 쿠릴열도와 동일하게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한 것이다.
이에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해당 교재를 전량 회수하고 발간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8일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히 조치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교재에 대한 1차 자문 과정에서 이같은 부분에 대한 내부 의견 제시가 있었지만 수정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정신전력원의 한 교수가 '독도는 영토 분쟁 지역이 아니고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표현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육군은 '영토 분쟁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각주를 활용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했다.
집필자를 비롯한 교재 개편 담당자들은 이런 자문 의견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게 국방부 결론이다. TF가 너무 많은 의견을 취합하다 보니 이런 지적을 차마 검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법령을 명백히 위반한 사실이 없고, 중대한 오류에 고의가 없었던 데다 당사자들이 본인의 행동을 자책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경고 및 주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국방부는 교재에 총 11차례 등장한 한반도 지도 가운데 독도를 표기한 경우도 없었다.
당초 교재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은 지도자'로 공만 부각됐다.
반면 임시정부 대통령 시절 공금유용 혐의 등으로 탄핵당하고 3·15 부정선거와 사사오입 개헌으로 촉발된 4‧19혁명으로 결국 하야와 망명의 길을 걷게 된 과오는 누락시켜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초래했다.
국방부는 총 4만부 가운데 이미 발간해 일선 부대에 배포했던 2만부 전량을 회수하고 폐기했다. 회수 폐기된 2만부 발간에는 약 4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감사 이후 관련 부서에 교재 내용 재검토 및 향후 교재 발간 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요청하였으며, 현재 관련 부서에서는 이를 반영해 교재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park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