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정국에 막판까지 여야 대립 첨예
예금자보호법, 금융투자세 등 금융법안 표류
임시국회 열려도 논의 불발 가능성 높아
정쟁에 밀린 현안 다수, 국회 비판 커질 듯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총선 이후 여야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주요 금융법안의 21대 국회 통과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특검법 정국에 따른 갈등이 커지며 22대 국회에서도 협치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정쟁과 무관한 민생법안이 다수인만큼 정치권의 대승적인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잇단 협상에도 불구하고 5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의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상병 특검법)' 처리 강행에 대한 국민의힘 반발이 이어지며 갈등을 반복하고 있는 탓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01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2024.05.02 leehs@newspim.com |
오는 29일이면 21대 국회 임기는 마무리된다. 이달 임시국회 일정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이번 국회는 갈등과 대립속에서 끝을 맺는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다. 다만 여야 모두 이런 부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합의에는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표류중인 주요 법안들의 통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검법 정국으로 여야 대립이 첨예해 일부 민생법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또다시 소외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예금자보호법(예보법)'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대표적이다.
현행 예보법에서는 예금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회사로부터 걷는 기금인 예금보험료율(예보료율)을 최고한도 0.5%(은행 0.08%, 증권 0.15%, 저축은행 0.4%)로 규정하고 있다. 이 보험료를 기반으로 금융사고 발생시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예보법이 오는 8월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 예보료율을 3년 연장하는 예보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했지만 정쟁에 밀려 지금까지 표류중이다.
일몰을 넘기면 예보료율이 은행 0.05%, 증권 0.1%, 저축은행 0.15%로 하향 적용되기 때문에 금융사고 발생시 예금보호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예금보호한도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는만큼 향후 심도있는 논의도 필요한 법안으로 꼽힌다.
여야 모두 개정안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남은 시일이 촉박해 금융권 우려가 크다. 22대 국회로 넘어갈 경우 상임위 구성 절차 등을 감안하면 일몰 전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투세의 경우 사실상 22대 국회로 넘어갔다는 게 중론이다. 관련 부처(기획재정부)와 투자자들은 임시국회에서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를 원하지만 이 역시 여야 이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로 일정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경우 그 소득의 20%(3억원 초과는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3년 시행을 예고한 법안이지만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2년 유예에 이어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소액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 투자시장 이탈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금투세 대상이 전체 투자자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폐지 주장은 오히려 '부자감세'라며 맞서고 있다.
금투세는 폐지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당초 예정(2년 유예)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시기적으로는 22대 국회에서 논의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실투자자 영향은 물론 국내 투자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중요 법안임에도 여야가 정작 당사자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치적 목적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1대 국회 유독 많은 욕을 먹고 있는 건 특정 정책 때문이 아니라 서로 싸우느라 국회가 해야할 일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임시국회에서 유종의 미라도 거둬야 22대 국회를 향한 기대라도 생기지 않겠는가. 마지막까지 대립하는 모습만 보인다면 스스로 신뢰를 깨는 결과를 이어질 것"이라고 질타했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