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라이브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지능이 낮아서

기사입력 : 2024년05월10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5월10일 06:00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로맨스 스캠(관계 중심형 온라인 사기) 취재를 하면서 피해자가 아닌 사람들의 인식을 자주 들여다봤다.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댓글을 보는 것이었다. 모든 악플이 질이 낮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온 내용은 '지능이 낮다'는 비난이었다. 

피해자에게 '멍청하다'는 말을 한 사람의 얼굴은 모른다. 어쨌든 그는 피해자가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로맨스 스캠 수법이 알려져 있는데 몰랐다는 점, 얼굴도 보지 않은 사람을 믿었다는 점을 지능 문제라고 본 게 아닐까. 

사회부 방보경 기자

하지만 세상에는 젊은데도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낯선 이와 덥석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피해자 이서아(가명·37) 씨는 성인이 된 후 15년간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부모가 정한 진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부모는 그가 농촌에서 일하기를 바랐다. 실은 서아 씨도 그 외에 할 줄 아는 건 없었다.

다만 스스로가 독립을 원한다는 것만은 알았다. 일뿐인 삶이었다. 사무실과 공장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애인을 사귈 시간은 없었다. 서아 씨는 사기범과의 첫 만남에 대해 "내 삶의 한줄기 빛이라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피해자 이주희(가명·22) 씨는 상경한 후 돈을 모으고 싶었다. 하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사회초년생은 그 방법을 몰랐다. 주희 씨는 금융과는 무관한 교육을 받았다. 유튜브를 보려고 해도 무슨 단어를 검색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주식이 뭐고 펀드가 뭔지 얘기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재무설계사에게 돈을 주며 도움을 받는 게 최선이었다. 그런 주희 씨였기에 로맨스 스캠 수법까지 검색해볼 여력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특정 상황에서 자신을 해치는 판단을 하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정보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에 살고 있거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없거나,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적 자산이 없거나. 사회경제적인 배경은 이들의 결정적인 선택에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지능이 낮다'며 일갈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로맨스 스캠 사기범들은 자신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이 필요하다고 피해자를 속인다. 글로벌 사회가 됐다고 하지만 해외 문화가 익숙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2019년 기준) 해외여행을 경험한 20·30대의 비율은 30%대 초반에 그친다. 한국인 전체로 확대하면 그 비율은 23%로 떨어진다. 그렇다면 누군가 외국인을 사칭했을 때, 사회 구성원들 대다수가 사기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나. 만약 이에 속는다면 정말로 '지능의 문제'인가. 

정말 누군가 지능이 낮아 사기에 걸린다고 해도, 범죄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회는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 힘써야 한다. 지능이 낮은 사람들이 범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사회는 복잡하고 우리는 타인을 모른다. 그들을 전부 만나 이야기를 듣는 건 불가능하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피해자를 조롱해서는 안 된다. 정말이지 그럴 수는 없다. 

hell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