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인옥 사회부장·부국장 = 넉 달째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의료 개혁'이 지리한 갈등과 대립각만 보이고 있습니다. 의료계가 사법부에 구한 판단으로 갈등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조차 무력화되고 있는 현 상황이 우려스럽습니다.
의료 현장을 지켜야 하는 의사 '선생님'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의사들의 공백기간 중 췌장암 환자 60% 가량이 진료 지연 또는 거부 피해를 봤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박인옥 사회부장·부국장 |
의료계는 정부가 추진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습니다. 의대교수, 의대생, 전공의 들은 사법부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관련 8건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사건들에 대해 1심에서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2심인 서울고법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대 증원으로 의대생이나 전공의들이 입을 피해보다 증원을 하지 않았을 때 공공복리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의료계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2025년 이후 의대정원 숫자를 정할 때 대학 측의 의견을 존중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 판단을 얻어내 향후 정부와의 협상 여지를 남겨놨습니다.
사법부가 의료계의 주장을 인용했다면 의대 증원 문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수 있었을 겁니다. 의료계가 바라던 것이었죠. 만약 사법부가 의료계 주장을 받아들였음에도 정부가 증원 정책을 추진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불었을 것입니다. 삼권 분립의 원칙이 무너지고 국가 시스템이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질테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지금 의료계는 어떠한가요.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자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의사협회장은 정부가 대법관 자리를 두고 재판부를 회유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항소심에 불복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이 이달 중에 나오기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부의 수시 등 대입 모집 요강은 이달 말 확정되며,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기도 합니다. 내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된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의료계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중증 환자들의 애절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새로운 대오를 짜야 합니다. 전공의는 병원으로 돌아가 환자를 돌보고, 의대생들은 교실로 복귀해 수업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러면서 의협을 중심으로 의료계의 중지를 모아 정부와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꼼꼼히 점검하며 필수 의료 문제, 의료보험 수가 문제, 전공의 수련 시스템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합니다.
의료 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는 의료계와 정부 뿐 아니라 환자 단체도 참여해 국민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핌이 유튜브방송 뉴스핌TV에서 수차례에 걸쳐 진행한 [긴급진단] 의료개혁 토론에 출연하신 의대 교수님은 전공의 제자들에게 제대로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이제는 같은 마음으로 전공의들을 설득해서 의료 행위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환자들은 질환이나 사는 지역에 관계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립과 갈등이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환자들의 절규는 더 커질 것이고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피해도 현실화될 것입니다. 간곡히 당부합니다. 이제 환자들 곁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pio12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