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령화 속도 전세계서 가장 빨라…일본의 두배
독거노인 가구도 빠르게 늘어…10가구 중 1가구꼴
고령화 막으려면 저출생 해결 시급…장기 접근 필요
대한민국의 성장이 멈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년이 떠난 지방 소도시는 소멸 직전까지 내몰려 있고, 수도권·광역 도시의 청년들의 행복감도 '최저' 수준입니다. 경제 강국으로 자리를 잡아간다는데,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청년은 사회 진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청년이 꿈꿀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을 그 첫걸음으로 인식하고, 정치·산업·노동·문화·교육 등 여러 각도에서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의 인구구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뒀다.
한국은 내년 초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5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보다도 두 배가량 빠르다. 그만큼 늙는 속도가 '세계 신기록 감'이다.
한국의 고령화를 부추기는 원흉으로는 '저출생'이 지목된다. 태어나는 아이가 없다 보니 평균 연령은 자연스레 올라가고, 노인가구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저출생 문제 해결이 시급한 이유다.
◆ 한국,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2050년 노인가구 절반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고령사회(65세 이상 14%)에 진입했으며, 7년 후인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7년만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OECD 주요국 중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전환에 걸린 시간은 ▲일본 10년 ▲미국 15년 ▲독일 36년 ▲영국 50년 등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심각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보다도 3년이나 빠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고령화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고서는 한국의 2025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3%를 기록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2046년에는 OECD 회원국 중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2050년에는 고령자 가구(노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인 가구는 549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구의 25.1%로, 4가구 중 1가구는 노인 가구라는 의미다. 통계청은 노인가구가 2039년 1000만 가구를 돌파해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절반(49.8%)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령화에 따른 가구주(가구의 책임자) 중위연령도 2050년 65세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주 중위연령은 전체 가구주를 연령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연령을 말한다. 통계청이 지난 2022년 발표한 '2020~2050년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주 중위연령은 2020년 52.6세에서 2050년 64.9세로 12세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이 같은 고령자 가구의 빠른 증가세는 우리나라 가구경제의 중심이 40, 50대 중·장년층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뜻한다.
고령자 가구 증가와 함께 독거노인 가구 증가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가계동향조사를 통해 본 노인가구 소득과 지출의 변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가구 대비 고령자 1인 가구 비율은 8.7%였다. 2012년 5.9%에서 10년 사이 2.8%포인트(p) 상승했다. 즉, 10가구 중 1가구는 독거노인 가구다.
한국의 평균 연령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연령은 2014년 40세에서 올해 5월 기준 45세로, 10년만에 정확히 5세 늘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평균연령 증가 폭이 매년 빨라지면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지난달 6일 발표한 '2024년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7년 후인 2031년 우리나라 중위연령은 50.3세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7년 뒤면 국민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이란 얘기다.
고령화가 심화하고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줄어들면 사회적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강원도에서는 2050년 생산 인구 1명이 고령 인구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서는 '저출산에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고령화 가속화의 원흉 '저출생'…올해 합계출산율 0.68명 전망
고령화를 가속시키는 원흉으로는 '저출생'이 지적된다. 즉 태어나는 아이가 없다 보니 한국의 평균 연령 또한 자연스레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으로 전년(6만4468명) 대비 3994명(6.2%) 감소했다. 1분기 기준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집계됐다.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로, 1년 전(0.82명)보다 0.06명 줄며 처음으로 0.8명선이 붕괴됐다.
합계출산율 감소는 어느 특정 지역이 아닌 모든 시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시도별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6.2% 감소했는데, 광주(-11.3%)가 유일하게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부산(-9.6%), 제주(-9.0%) 등도 10%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2021년까지 전국에서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늘었던 세종도 지난 2022년부터 출생아 수가 줄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세종의 출생아 수는 전년(851명)보다 81명(-9.5%) 줄어든 770명을 나타냈다.
출생아 수가 통상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처음으로 0.7명대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었지만, 분기별로는 1분기 0.82명, 2·3분기 각 0.71명, 4분기 0.65명 등으로 연말로 갈수록 줄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말 발표한 '장례인구추계(2022~2072년) 결과'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을 0.68명(중위 시나리오 기준)으로 전망했다. 또 2022년 기준 5167만명인 한국의 인구는 2072년 3622만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나봤다. 50년만에 1545만명이 자연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우리 정부의 저출생 문제 인식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부총리급 총괄부처인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공헌한 바 있다.
저출생 원인으로는 가족의 기능 및 형태의 변화, 자녀 양육에 따른 생활비 및 교육비 증가, 주거 불안, 고용 불안정의 심화로 인한 결혼 연기와 출산 기피 문화의 확산,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겪는 자녀 양육 부담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 겪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자녀 양육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여성의 경력단절'이 지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4월 발간한 'KDI 포커스' 보고서에서는 육아 부담이 전적으로 여성에 치우친 한국에서 경력단절로 인한 고용상 불이익, 즉 '차일드(어린이) 페널티'가 출산율 하락 원인에 40%가량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나을 수 없는 사회구조, 특히 직장 내 문화를 먼저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단기적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차 출퇴근제 등 유연근무 확대가 경력단절 해결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들로 현장에서 제대로 작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제도상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 등이 정착되지 아려운 것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연근무가 보다 자유롭고 유연하게 이뤄지지 위해서는 유연근무를 하라고 일방적으로 전달하기에 앞서 회사의 업무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면서 "회사가 얼마나 적절하게 업무 분장을 하고, 성과를 내고, 평가를 통해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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