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분향소에 시민들 방문…지원 필요하다 한목소리
국회의장·재외동포청장도 "철저한 대응 필요"
현장에서는 정보 확인 어려움 겪어…깜깜이 상황
이주노동자 보상도 오랜 세월 걸릴 듯
[화성=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내 식구 같아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서 찾아오게 됐습니다."
경기 화성시청 1층에 마련된 '서신면 전곡리 공장 화재 추모 분향소'. 26일 오전 이곳을 찾은 시공업체 사용자 이종화(55) 씨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입장에서 남 일 같지 않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씨는 "근로자가 부족하니 외국인이 많이 오는 건데, 관련 정책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나부터 안전을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임시 분향소 단상에는 점심 즈음 국화꽃 50여 송이가 쌓였다.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이 채 되지 않아 이름과 영정 사진은 준비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화성=뉴스핌] 정일구 기자 =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2024.06.25 mironj19@newspim.com |
특히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사고를 수습하고 유가족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박철균(62) 씨는 "텔레비전을 보니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더라. 몸담고 있는 봉사단에서 방문해 일손을 거든다고 해 함께 방문했다"고 했다. 몇몇 사람들은 멈춰 서서 관계자에게 분향소 운영 및 유가족들 지원 현황을 자세히 묻기도 했다.
◆ "참사 재발 막겠다"…윗선서 대책 마련 촉구
정치인 및 기관 단체장들 역시 분향소에 방문해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현장에서 일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나라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며 "경기도에는 리튬 취급하는 기업체가 많은데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는 듯해 국회에서 제도를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어 "불법 파견 의혹도 있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이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서 문제를 확실하게 파악한 후, 국회에서도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희생자 중 사회 취약 계층인 재외동포 근로자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안타깝다"며 "이분들이 안전하게 국내에서 생활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말을 몰라서 더 피해가 커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안전교육과 한국어 교육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뉴스핌] 정일구 기자 =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06.25 mironj19@newspim.com |
이재정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역시 "적십자사는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부와 협의해서 모금도 시작했고, 현재 5000만 원을 모은 상태"라고 했다.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도 강조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고 품위 있게 직업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중대재해를 왜 예방하지 못했는지, 왜 화재에 미리 대비하는 훈련을 못 했는지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보 안내 '하세월'…산재보험 없는 이주 노동자, 보상 까다로울 듯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앞선 이태원 참사에서도 지적됐던 정보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천형 화성공장화재 이주민 공동대책위원장은 "지금 기본적인 정보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근무 명단이 불타 없어졌다면) 용역회사에서 파견했을 때의 명단도 있을 텐데, 그 명단도 공개되지 않아 동포 사회에서도 어떻게 된 거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어 "내 가족이 사망했는지 아닌지 몰라서 동포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해서 알아보고 있다"라며 "정부가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처럼 상황이 틀어질까 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화성=뉴스핌] 정일구 기자 =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을 찾은 유가족이 오열하마 화재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4.06.25 mironj19@newspim.com |
사흘째지만 빈소가 마련된 곳은 아직 없다. 유가족이 보험 보상에 합의해야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데, 현재로선 피해자들이 화재가 난 공장인 아리셀 소속인지 인력파견업체인 메이셀 소속인 지도 분류가 안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원 확인된 사망자가 전무한 이주 노동자의 보상 문제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참사와 관련된 한 관계자는 "내국인 근로자는 아리셀 공장 소속일 텐데, 공장에는 산재보험이 가입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험 처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추측이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메이셀에서 아리셀 공장으로 파견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메이셀은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행정 처리가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미가입자에게 보상은 이루어지지만, 임금 지급과 관련한 자료가 없어 보상금 산정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임금 지급한 자료가 확보되면 유족에게 손해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고용노동지청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경기남부경찰청과 함께 51명을 투입해 화재사고 업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쯤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상자는 총 31명으로,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중·경상자가 집계됐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총 3명으로, 경찰과 법무부에서는 DNA(유전자) 일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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