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 늘어나면서 경쟁 치열해진 탓
금감원 측 "현재 수익률 시장 질서 따라 정해져"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증권사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퇴직연금 확정 수익률이 통상적 적립금 운용 자산인 채권·예금 금리를 웃도는 현상이 일어났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연간 수익률은 4.50%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1.51%) 대비 약 2.99%포인트(p) 늘어난 수준이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7.02 stpoemseok@newspim.com |
DB형 퇴직연금이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연금 재원을 외부 금융회사에 적립하여 운용하고 근로자 퇴직 시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회사가 특정 금융사를 퇴직연금 운용기업으로 선정하면, 사전에 정해진 방식으로 적립금이 운용된다.
문제는 작년 DB 수익률인 4%대가 운용자산 수익률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보통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채권이나 예금을 통해 운용되는데, 지난 10일 기준 한국 국채 10년물과 기준금리는 각각 3.3210%와 3.50%였다. 퇴직연금 시장 내 증권사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증권사가 손실을 감수하는 역마진 구조라는 지적이다.
중형사 관계자도 "현재 DB형 퇴직연금 상품은 채권과 예금 투자를 통해 운용된다"며 "그런데 채권, 예금 운용만으로는 3%대의 수익률을 꾸준히 내기 어렵다" 그는 또 "미래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큰 증권사라면 예상 손익 분기점보다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제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000억원으로, 전년(335조9000억원) 대비 46조5000억원(13.8%) 늘었다.
게다가 현재 DB형은 전체 적립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포기해서라도 적립자산 규모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내세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중 DB형의 비중은 전년도(57.3%) 대비 3.6%p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인 53.7%를 차지했다. 적립금의 경우 192조4000억원에서 205조3000억원으로 13% 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은 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며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려고 하므로 채권과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확정 수익률을 제공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유치를 위한 경쟁이 '제 살 깎아 먹기'식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 경쟁이 심해진다는 이야기는 해마다 반복됐지만, 지금은 증권업계가 이 부분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시장 규모가 400조 가까이 성장했기 때문에 건전성을 담보하지 않은 경쟁은 고객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이 시장 질서 내에서 결정되는 수준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금 수익률 상승의 원인은 증권사 간 경쟁 외에도 적립금운용위원회 구성과 회사별 운용 능력 향상 등 여러 요인이 있다"며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은 시장 원리에 따라 적절하게 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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