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근로자들,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
형사사건서도 '근로자파견 관계' 긍정 취지로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일본 기업 아사히글라스(AGC)의 한국 자회사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아사히글라스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A씨 등 근로자들이 AGC 화인테크노코리아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 사건'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전국금속노동조합이 22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전범기업 아사히글라스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는 비정규직 178명을 '문자 한통'으로 해고하는 노조파괴와 파견법 위반의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노동탄압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2021.04.22 yooksa@newspim.com |
화인테크노는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로 주식회사 지티에스(GTS)와 도급계약을 맺었다. 화인테크노는 2015년 7월 GTS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GTS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했고, GTS는 근로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A씨 등은 화인테크노가 GTS와 체결한 도급계약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상 근로자파견계약이기 때문에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며 화인테크노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청구했다.
근로자들이 행한 업무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제조업의 직접 생산공정 업무인데다가, 화인테크노가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GTS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았다는 이유에서다.
1심은 A씨 등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GTS 현장 관리자들의 역할·권한은 화인테크노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를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고, GTS 근로자들은 화인테크노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에 구속돼 그대로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일부 공정 과정에서 화인테크노가 담당하는 업무와 GTS가 담당하는 업무가 상호 연동돼 있거나, 화인테크노가 설비 구동 속도를 설정하는 방법 등으로 공정 작업 속도를 통제했다고 판단했다. 즉 GTS 근로자들이 화인테크노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본 것이다.
또 재판부는 GTS가 화인테크노가 결정한 인원 배치 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채용해 현장에 배치하고, GTS 근로자들의 작업·휴게시간과 휴가 등도 화인테크노의 생산계획의 영향을 받았다고 봤다.
한편 이날 대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행정·형사 사건에 대한 판단도 내놨다.
앞서 GTS 근로자들은 화인테크노가 GTS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근로자들을 해고하게 한 것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각하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구제명령을 내리자 화인테크노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1심은 화인테크노를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 보긴 어려우며, 설령 화인테크노가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GTS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고 이를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도 "화인테크노가 GTS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화인테크노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형사 사건을 맡은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GTS와 화인테크노는 2009년 4월~2015년 6월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 없이 공장의 글라스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근로자들을 파견해 근무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GTS 대표이사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GTS와 화인테크노에 각각 벌금 300만원,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면서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근로자파견 관계를 긍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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