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24일까지 與 결정 '우선 대기'…25일 본회의 개최 요청은 그대로
"25일 법안 처리 '명분쌓기용'으로 나쁘지 않아…민주당이 잃을 건 없다"
"양당 논의 숙성되길 기다려야…의장이 가이드라인 세우는 건 부적절"
[서울=뉴스핌] 김윤희 홍석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공언해왔던 '방송4법'에 본회의 파행 반복을 우려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관련한 당내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중재안 수용이 '당으로선 손해볼 게 없다'는 것으로 총의가 모아졌다. 하지만 특정 법에 관한 의장의 개입 선례를 만드는 것이 옳지 않다는 비판도 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장의 제안은 문제 해결이라기보다 '단순 유예'에 불과하며, 여당이 제안을 받는다 한들 정부의 입장 선회가 있지 않는 한 협상은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이 지난 7월 16일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2024.07.16 leehs@newspim.com |
앞서 우 의장은 지난 17일 제헌절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 4법과 관련 여야에 '범국민협의체'를 통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는 방송 4법 입법의 잠정 보류와 함께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안 논의 중단을, 정부·여당에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 중단과 방통위 운영 정상화를 요구했다.
오는 24일을 시한으로 못박은 의장의 중재안에 민주당은 '일단 수용'으로 입장을 정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비공개 의원총회가 끝난 뒤 "24일까지는 다른 요구를 하지 않고 (여당 입장을) 기다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채해병 특검법 관련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해 18일 본회의 개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왔다. 오는 25일 본회의를 열어 방송 4법을 처리할 경우 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설 가능성이 높기에 오는 8월까지 휴가를 자제하라는 원내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의원은 의총에서 이같은 이유를 들며 의장 중재안 수용을 적극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4법을 처리하려던 목표 일자는 원래부터 25일이었으므로, 그 전날까지 여당 결정을 기다리는 중재안은 당 입장에서 잃을 게 없다는 논리다.
해당 의원은 자유토론에서 "어차피 법을 강행 추진한다 해도 대통령 거부권을 쓸 것이 뻔하다"면서 "차라리 24일까지 기다려 주는 모습을 보이면 25일에 더 편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역시 토론자로 나섰던 과방위 소속 초선 의원은 19일 통화에서 "중재안에 찬성하는 당 입장을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대전제는 임박한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 교체를 새로운 제도 아래 하자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 이사 교체 시점이 MBC는 8월이고 KBS는 9월이다. 여당 쪽에선 이걸 넘어서서 뭘 해보자는 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큰데, 그건 하지 말자는 것과 똑같고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라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7.18 photo@newspim.com |
반면 의총에서 의장 제안을 공개 비판한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초선 의원은 같은 날 통화에서 "자꾸 이렇게 의장이 중재, 제안하시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면서 "늘 중재하다 보면 반복될 거고, 그럼 국회법이 왜 필요한가"라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발언에 나선 취지로 "의총에서 다 찬성한 건 아니라는 기록을 위해서였다. '포 더 레코드(for the record)'라는 말도 썼다"고 설명하면서 "의장의 높은 뜻을 존중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반복돼서도, 선례를 구성해서도 안 된다"고 부각했다.
22대 국회 개원 초부터 지도부가 '강한 민주당'을 표방해 온 만큼, 이번 중재안에 관해선 개별 의원들로부터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의총 당일 뉴스핌과 통화에서 "양당 논의가 숙성되길 기다릴 필요가 있지 않나, 의장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끌고 가려고 하면 정작 조율해야 할 때 쉽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라 말했다. 동시에 "양당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의장 본인이 가이드라인을 내세우는 건 많은 사람들이 조정자로서 적절치 않다고 볼 것 같다"고 했다.
원내지도부 소속인 한 초선 의원도 같은 날 통화에서 "딱 보기에 (중재안 수용을) 별로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저는 판단했다"며 "22대 국회가 초반부터 열심히 달리고 있지 않나. 다들 앞으로도 당원들,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달리고 싶어하는 눈치"라고 주장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9일 의장 중재안에 사실상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에서도 현행법에 따라 (이사가) 임명돼왔다"면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일정 중단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우 의장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여당이 그동안 원만한 국회 운영과 협치를 강조해왔음에도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는 이유를 드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면서 "여당의 답은 들었는데, 정부의 답은 듣지 못했다. 인사권을 가진 정부가 답을 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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