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쇄신 작업 차질...신사업 추진 동력 상실 우려
해외 진출 계획 제동...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도 위태
M&A·IPO 중심 성장 전략 재검토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이 23일 새벽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카카오의 경영 쇄신과 신사업 추진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사태로 카카오는 인공지능(AI) 사업 등 주요 전략의 재검토는 물론,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을 연 뒤 이날 새벽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SM엔터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07.22 leemario@newspim.com |
검찰에 따르면 카카오는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 원을 동원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553차례에 걸쳐 고가에 매수했다. 특히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감일인 지난해 2월 28일 하루 동안 409회에 걸쳐 시세조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태로 김 위원장이 주도하던 카카오의 경영 쇄신 작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발족하고,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교체하는 등 그간 고강도 쇄신을 추진해왔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인해 카카오의 경영 쇄신 작업이 일시 중단되거나 속도가 크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 등 카카오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신사업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카카오는 최근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설립하고 차별화된 AI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카카오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 카카오의 해외 사업 진출 계획도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창업자 구속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이 해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
카카오의 성장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카카오는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무리한 행동을 한 것도 카카오엔터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였다는 평가다.
카카오가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확정받으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도 잃을 수 있어 추가적인 위기도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가 실형을 받을 경우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 초과분인 17.17%를 6개월 내에 처분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도 다시 한번 대두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수관계인을 합쳐 카카오의 지분 24.0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그동안 카카오의 주요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해왔다. 이번 기회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앞서 지난 18일 열린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엄중한 현실 인식 하에 꼭 해야 할 일들을 과감히 실행해 갈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흔들림 없이 본업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카카오는 그동안 김 위원장 주도로 강도 높은 경영 쇄신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12월 준법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외부 통제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올해 2월에는 CA협의체를 확대 개편하여 그룹의 구심력을 강화했다. 또한 계열사 축소 작업을 통해 현재 124개로 줄어든 상태다. AI 사업 역시 카카오브레인의 기술력과 카카오의 서비스 강점을 결합해 연내 새로운 AI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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