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인터파크 G마켓 고객 예수금 유용 논란
유사한 자금 운용 문제에도 제도 미비
공정위, 제도 미비 사과하며 "개선책 모색" 밝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구영배 대표가 운영하는 큐텐 그룹의 티몬과 위메프가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가운데, 과거 구 대표가 '인터파크 G마켓'(이하 G마켓) 대표로 있을 당시에도 고객과 셀러(판매자)의 돈인 판매 대금을 자사 자금 운용 차원에서 활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당시 G마켓은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고객 돈 일부를 무단으로 유용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있다. 2024.07.30 choipix16@newspim.com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4년 말 G마켓의 현금성 자산은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266억원인데 이 가운데 고객 예수금이 242억원에 달했다.
G마켓은 회계연도 마감일 직전 12월 29일 72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이를 제외할 경우 G마켓의 현금성 자산은 194억원에 불과했다. 고객이 맡긴 예수금(242억원)보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48억원 더 적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G마켓이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을 마케팅 비용 등 다른 용도로 썼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G마켓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단행하며 업계 선두였던 옥션을 바짝 추격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해당 문제는 티몬, 위메프 사태와 마찬가지로 G마켓 판매자들이 대금을 늦게 정산받으면서 불거졌다. 상당수 판매자들이 당시 G마켓이 정산을 늦게 하면서 이로 인해 자금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를 토로하면서 자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G마켓 측은 이에 대해 "판매자에게 대금을 결제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이 기간동안 자금을 활용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사실상 이를 시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제에 대해 2007년 구영배 당시 G마켓 사장은 "고객 예수금과 현금 보유고를 합쳐 1000억원대 이상의 자금은 항상 갖고 있지만 절대 위험한 투자는 할 수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유용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이후 구 대표는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켰고 2009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eBay)에 매각했다. 당시 거래금액은 1조400억원으로 국내 인터넷기업의 해외 매각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해 구 대표에게 '이커머스 신화'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구 대표는 겸영 금지가 풀린 지난 2022년, 다시 국내 시장으로 다시 눈길을 돌려 티몬에 이어 작년 3월 인터파크커머스, 4월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한 뒤 지난 3월에는 AK몰도 인수했다. 이후 지난 7일 위메프에서부터 판매자 정산대금 지연 사태가 터져 나왔다.
티몬과 위메프 사태가 사실상 G마켓 당시부터 있어왔던 구 대표의 고객 돈 유용 시비와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편 G마켓 사태가 발발한 지난 2005년부터 고객예수금 관리체계 재정비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뚜렷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전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제도 미비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거듭 사과했고, 판매대금 정산 주기 축소, 소비자 집단민원 모니터링의 자율규제 등에 대한 개선책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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