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적자·부채 금값 띄워
2027년 온스당 3000달러
금값 상승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들
이 기사는 7월 29일 오후 3시28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금값이 지난 7월17일(현지시각) 온스당 2488.40달러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운 뒤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월가의 이른바 '빅쇼트' 3인방은 이구동성 포트폴리오에 금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천해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JP모간을 포함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금값이 장기적으로 상향 곡선을 그리는 시나리오를 제시해 관심을 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모세스 벤쳐스 창업자 대니 모세스와 씨울프 캐피탈의 공동 창업자인 빈센트 다니엘과 포터 콜린스 등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3인방은 길게 보고 금을 매입할 것을 추천했다.
이들 투자자는 지난 2008년 미국 주택시장 위기에 앞서 집값 하락에 베팅, 쏠쏠한 수익률과 함께 월가에서 명성을 얻었다.
콜린스는 CNBC의 '패스트 머니(Fast Money)'와 인터뷰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금값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근거로 미국의 대규모 재정 적자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을 들었다.
지갑에 1달러를 넣어 두면 다음날 가치가 떨어지지만 금의 경우 1년이나 2~3년, 혹은 5~10년 뒤 미국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국가 부채와 금값의 상관관계 [자료=블룸버그] |
업계에 따르면 금값은 2024년 초 이후 15% 가량 뛰었다. 아울러 2000년 이후 연평균 8.8%의 수익률을 창출했다.
눈덩이로 불어나는 미국 재정적자가 금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의견은 월가에서 공공연한 공식처럼 통하고, 실제 강한 상관관계가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1조7000억달러로 파악됐고, 2034년 적자 규모는 2조6000억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주요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 비중 [자료=WGC, JP모간] |
이와 함께 공공 부채 규모 역시 2023 회계연도 GDP(국내총생산) 대비 97%에서 2028년 106%로 뛸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악화일로로 치닫는 미국 재정 상태는 금의 투자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텔 글로벌 외환 헤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미국 재정적자와 부채 증가는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이는 금값 상승을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로렌스 화이트 경제학 교수는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을 이루는 상황에 재정적자와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통상 이 같은 경기 호조에는 재정 흑자를 내거나 흑자에 가까운 상태를 나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가 부채와 금값의 높은 상관관계는 부채 증가를 근거로 한 금값 상승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0~2008년 사이 부채 규모와 금값의 상관관계가 0.9에 달했다.
이 같은 동조 현상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 모기지 사태 이후 최근까지 지속됐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 년 사이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 선을 뚫고 오르는 시나리오를 점친다. 7월26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종가인 온스당 2381.00달러에서 약 26% 상승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단기적으로 9월로 예상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 정책 전환)이 달러화에 하락 압박을 가하는 한편 금값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고, 앞서 지적한대로 미국 재정 악화에서 비롯된 구조적 요인이 금값의 중장기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금속거래소의 패트릭 예프 비즈니스 개발 이사는 CBS와 인터뷰를 갖고 "금값이 2027년까지 온스당 3000달러 선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값이 2000년 이후 연평균 8.8% 상승한 점을 감안,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2027년이 3000달러 선에 진입하는 시점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거나 연준의 금리 인하 및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이뤄졌을 때 금값은 더욱 큰 폭의 상승을 연출했다"며 "연간 상승률이 20%를 웃돌았던 기간이 7년으로 파악됐고, 이 때 세 가지 요인들이 금값 랠리를 주도했다"고 전했다.
에버뱅크의 크리스 가프니 대표는 보고서를 내고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수 년 이내에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에 도달 할 것"이라며 "당장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되면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또 한 차례 금값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트레이드스테이션 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7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가 금값의 고점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값이 최고치에서 후퇴한 데 대해 트레이드스테이션 그룹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 추이를 배경으로 지목했다.
전세계 유동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유동성이 늘어나다 4월 이후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금을 포함한 특정 자산 가격의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값의 수 년간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았고, 연준의 금리 인하로 지구촌 유동성이 확대되는 한편 금값 역시 상승 모멘텀을 회복할 것이라고 트레이드스테이션 그룹은 강조한다.
특히 2024년 4분기 금값의 추세적인 상승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위스를 필두로 유럽중앙은행(ECB)까지 통화완화에 따른 유동성 확대가 금값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인도 중앙은행(RBI)이 지난 6월 외환보유액의 금을 2년래 가장 큰 폭으로 확대했다.
중앙은행의 주간 데이터를 근거로 볼 때 6월 금을 9톤 이상 매입했다는 얘기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22년 7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인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2024년 들어 37톤 늘어났고, 총 841톤을 보유중이다. 인도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화에 집중된 외환보유액의 다변화가 지속되는 상황.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국과 터키, 인도 등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2022년과 2023년 각각 1000톤을 웃돌았고, 2024년 1분기 290톤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금 매입이 추세적인 가격 상승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