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들에게 인기 얻으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검증된 작품 출간하여 출판계 장기불황 탈출 의도
소설가 박완서, 정영문, 한지수 등 작품 잇달아 출간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최근 서점가에 2000년 전후에 발표됐던 소설들이 재출간 되면서 새롭게 인기를 얻는 역주행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MZ세대를 필두로 과거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역주행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 올해 상반기 교보문고 소설 상위 판매 30권 중 11권이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도서로 지난해에 비해 차지 비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재출간 되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정영문 작가의 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 [사진 = 넥서스 제공] 2024.08.16 oks34@newspim.com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에는 '모순'(양귀자,1998년), '미망'(박완서,1990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1978년), '토지'(박경리,1969년), '눈사람 자살 사건'(최승호,1997년) 등이 순위에 올랐다. 최근 출간된 소설가 정영문의 데뷔작 '겨우 존재하는 인간'도 인터넷서점 알라딘 선정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8월 1주 차 베스트셀러 5위에 올랐다. 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민음사)'이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민음사)'도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팔리는 고전이다.
정영문의 데뷔작인 '겨우 존재하는 인간'(넥서스)은 90년대 화제의 소설로 꼽혀온 수작이다. 책은 1997년 초판이 발행된 후 절판돼 희귀 도서로 고가에 판매되면서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다. 교직 생활을 청산한 한 남자가 권태의 수렁에 빠져 보내는 일상을 천착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적인 삶의 궤도를 의심하고 해부한 작품이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지수 소설집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 [사진 = 넥서스 제공] 2024.08.16 oks34@newspim.com |
한지수 소설가의 첫 단편 소설집 '나는, 자정에 결혼했다'도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이번 복간본은 2006년 등단 후 처음 출간된 한지수 작가의 소설집으로 문단에서 호평받은 작품성이 탁월한 단편소설들을 다수 수록됐다. 그의 소설 속 화자는 몸속의 자궁이 되기도 하고 외국에서 이주해 온 동남아 여성이 되기도 한다. 국적과 성별, 사회적인 지위를 아우르는 작가의 시선과 주제의 스펙트럼이 눈부시다. 2006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천사와 미모사'가 당선돼 등단한 한지수 소설가는 이후 소설집 '자정의 결혼식', 장편소설 '헤밍웨이 사랑법', '40일의 발칙한 아내'를 펴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양귀자 소설 '모순' [ 사진 = 쓰다 제공] 2024.08.16 oks34@newspim.com |
재출간 소설을 잇달아 펴내고 있는 도서출판 넥서스 관계자는 "철 지난 한국문학이 다시금 조명 받고 인기를 얻는 이유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적 교감과 공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문학출판사 편집장은 "출판계의 장기 불황으로 새로운 작가나 작품으로 모험을 하기 보다는 이미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재출간 하여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마케팅 전략도 한 몫 한다"고 말했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