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
AI 기술 도입해 더 많이 개발 생산"
홍민 "항속거리 50~200km 단거리
최고고도 6200m 이하 저고도 드론"
권용수 "자율형 자폭 드론 개발 땐
포병 무기체계 작전수행 위협 우려
드론 대응 교육·훈련 시스템 시급"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북한은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조직한 각종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각이한 타격권 내에서 이용되는 무인기들은 지상과 해상에서 적의 임의 목표들을 공격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면서 "각종 무인기들은 설정된 각이한 항로를 따라 비행했으며 모두 지정된 표적을 정확히 식별하고 타격 소멸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세계 군사 과학의 추세로 보나 전장들에서의 전투 경험으로 보나 각이한 유형의 무인기들을 개발하고 그 전투적 성능을 부단히 높이는것은 전쟁 준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8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에서 조직한 각종 무인기들의 성능시험을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하롭·란쳇-3 유사한 '체공형 자폭 드론'
또 북한은 "김 위원장이 전략 정찰과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들뿐 아니라 전술적 보병과 특수작전 구분대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자폭형 무인기들도 더 많이 개발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국 특성에 맞게 핵어뢰와 같은 수중 전략 무기체계들은 물론 각종 자폭 공격형 수중무인정들도 부단히 개발해야 한다"면서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드론 유형에 대해 "방공망 무력화를 위한 '전투드론', 전술적 목적 측면에서 사단 이하 작전용 '전술드론', 항속거리 50~200km '근거리 또는 단거리 드론', 최고 고도 6200m 이하 '저고도 드론'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자폭 드론 공개 배경과 관련해 "8차 당대회와 2023년 12월 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무인항공공업 부문 과업수행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한미 연합 훈련과 한미 공군력에 대응한 심리전 차원의 공개"라고 봤다.
북한은 8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스라엘이 개발한 하롭(Harop) 자폭형 드론과 유사한 드론을 날리는 성능시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또 홍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며 란쳇(Lanset)-3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영상을 의도적으로 공개하는 심리전을 전개했다"면서 "한국의 제공과 방공을 회피하며 공격할 수 있는 무기 공개를 통해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에 가오리 날개형과 X자 날개형의 두 종류 형상의 드론을 공개했다. 바로 1년 전인 2023년 7월 전승절 열병식에서는 샛별-4·샛별-9와 같은 무인 정찰기와 무인 공격기가 등장했다. 1년 만에 새로운 자폭형 드론을 처음으로 외부에 내놨다.
형상만으로 본다면 가오리 날개형 드론은 이스라엘이 개발한 하롭(Harop) 자폭형 드론과 유사하다. X자 날개형 드론은 러시아가 개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는 란쳇-3과 흡사하다. 하롭과 란쳇-3 두 종류 모두 체공형(Loitering type) 자폭 드론이다.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고 전차와 자주포, 장갑차 등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됐다.
북한이 8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러시아가 개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는 란쳇(Lanset)-3과 흡사한 자폭형 드론이 전차를 수직 타격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스스로 알아서 추적, 표적 은밀·정밀 타격
하롭은 자율형이기 때문에 작전지역 상공을 오랜 시간 체공하면서 레이더나 통신 전파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레이더나 통신 전파가 탐지되면 따라 들어가서 추적 비행 후 레이더 기지나 통신 기지를 파괴한다.
이러한 하롭과 란쳇-3이 더욱 위협적인 것은 둘 다 실전에서 엄청난 파괴력이 이미 검증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오래전인 1970년대부터 무인기 개발에 착수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하롭 등 각종 드론을 전력화하고 수출까지 시작했다.
아제르바이잔군은 2016년 아르메니아 분쟁에서 하롭을 이용해 군 수송버스를 공격 파괴했다. 이스라엘도 시리아 대공기지를 무력화하는데 하롭을 운용했다.
란쳇-3은 최신 칩용 자폭 드론으로 평가된다. 2019년 러시아 모스크바 방산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바로 다음 해인 2020년 시리아 내전에 실전 투입됐다.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최신형 드론으로 복합적인 현대전에 대량 투입되고 있다. 란쳇-3이 우크라이나 포병 무기의 50% 이상을 공격 대상으로 실전 운용되고 있다.
공격형 자폭 드론인 하롭과 란쳇-3은 마치 미사일과 같은 '파이어 앤드 포겟' 방식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미사일이 발사(Fire) 되면 발사자는 미사일에 대해 잊고(Forget) 있어도 미사일 스스로 알아서 표적을 정확히 타격한다.
두 자폭 드론도 일단 이륙하면 정해진 목표나 지정된 경로를 따라 비행한다. 작전지역에 도달하면 체공하면서 감시활동을 한다. 어떤 전파나 적의 움직임이 탐지되면 스스로 알아서 자율적으로 추적하면서 표적을 은밀하고도 정밀하게 파괴한다.
북한이 8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러시아가 개발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고 있는 란쳇(Lanset)-3과 흡사한 자폭형 드론이 전차를 파괴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저비용 고효율' 벌떼공격, 방어 힘들어
최신 전술형 유도무기들은 1발에 최소 수억에서 수십억씩 하며 단발성 무기체계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드론은 '저비용 고효율' 무기체계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짜리 수십 개의 드론이 짧은 시간에 벌떼처럼 공격할 수 있다. 물리적인 무기체계 시스템을 갖고 대응하는 방어막을 치기는 쉽지 않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해사 34기) 국방대 명예교수는 "무엇보다 무인기 개발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그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를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북한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율형 자폭 드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 권 교수는 "북한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완전한 자율형 공격용 자폭 드론 개발이 멀지 않았다면 한국군의 포병 무기체계의 작전 수행에 적지 않은 장애와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단시간에 엄청난 대량 공격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틈이 없다"면서 "최근 현대전에 맞춘 전략과 전술, 교리를 완전히 터득하고 공격 시나리오에 따른 즉각적인 상황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현대전의 드론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한국군이 어떻게 싸울 것인가 하는 전략과 전술, 교리를 개발하고 교육·훈련 시스템 개혁에 노력과 예산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드론을 잡는 물리적인 무기체계 도입이 능사가 아니라 전문 지식을 갖춘 운용자들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예산을 대폭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