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약품 창업주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2일 "이사회가 오염돼 있다고 판단해 이사회를 파행하고 도중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이사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한미약품 이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가 편파적으로 진행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2일 한미약품 이사회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09.02 sykim@newspim.com |
임 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했으나 1호 안건인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선임안에 이어 진행된 대표이사 선임안 표결을 앞두고 퇴장했다. 이사회 의장인 박 대표가 이사회를 편파적으로 진행해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다.
임 이사와 함께 남병호 이사가 자리를 떠났지만 이사회 정원의 과반 이상(8명)이 성원돼 임 이사가 상정한 대표이사 선임안을 표결했으나 부결됐다.
임 이사는 박 대표가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1호 안건은 임 이사의 측근인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를 동사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이었는데, 이사진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찬성표는 4표에 그쳤다.
그는 "박 대표는 본인이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라고 주장하는데 동사회를 거치지 않고 동사장 자리에 앉을 수 없다"며 "한미약품 이사회 사외이사들이 박 대표의 이야기만 듣고 독립적인 판단을 못했다. 사전에 다 계획된 채로 이사회에 들어와 표결에 참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임 이사는 이번 이사회 결과에 대해 "이 회사의 대를 끊겠다는 의미"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이사들에게 나를 얼마나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기에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하겠느냐"며 "이사회가 순탄하게 흘러갈 거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을 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한미약품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며 "회사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잠시 대표이사직을 맡으려고 했던 것"이라며 대표이사 선임안 상정 배경을 털어놨다.
임 이사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지주사와 계열사 간 충돌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본인이 운영하는 코리그룹의 북경한미약품 의약품 유통을 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작심 발언을 내놨다.
지난 7월 한미약품이 북경한미약품과 코리그룹의 부당거래 의혹을 주장하며 내사에 나선 데 이어 독자 경영을 선언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임 이사는 한미약품의 근거 없는 내사로 인해 북경한미약품과 코리그룹이 북경시로부터 비정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임 이사는 "제가 북경한미약품에서 개발한 제품이 20개인데 그 중 4개가 한미약품그룹 전체 이익의 반이 넘는다"며 "코리그룹은 중국 내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필요한 의약품 유통 허가증(GSP)을 보유하고 있어 코리가 공급을 끊으면 북경한미약품도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경한미약품에 대한 내사에 대해 감사위원회가 오염됐음을 주장하며 제3의 기관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대표 선임이 좌절되자 임 이사는 한미약품 주주총회 개최를 예고했다. 주주총회를 열어 오염된 이사진을 교체하겠다는 구상이다. 임기가 아직 남아 있는 이사진을 교체하려면 주총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결의가 필요해 표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 이사는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을 40% 넘게 갖고 있기 때문에 계산해보니 가능한 숫자가 나오더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그는 "임기가 끝나면 바뀌겠지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두고 보다간 회사가 망가진다. 특히 제약·바이오 분야는 그렇게 하면 끝난다"며 "지금도 이미 손실이 많다. 매주 일주일에 하나씩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했었는데 면목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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