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분사, 삼성전자에 도전과 기회
턴키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에 관련업게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고객 분산과 경쟁 심화 등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전략적 제휴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텔 파운드리가 2027년부터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삼성전자는 당장 '턴키(Turnkey) 전략'을 가속화하고 고객 유치를 강화할 전망이다.
◆ 인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3년 만에 분사 결정
19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와 유럽·아시아 공장 건설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인텔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와 유럽·아시아 공장 건설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인텔 비전 2024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인텔 가우디 3 가속기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인텔] |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 선언 후 2년간 250억 달러(약 33조 원)를 투자했지만 올해 상반기 누적 적자 53억 달러(약 7조2800억 원)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았다. 성과가 미진하자 결국 분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일각에서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파운드리 분사를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인텔 파운드리를 자회사로 두면 독립적으로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각 사업의 재무구조 최적화로 성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고 주주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파운드리 시장 재편…경쟁 심화, 글로벌 고객 분산 위험
인텔의 파운드리 분사는 삼성전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 간 7nm 이하 첨단 공정에서 TSMC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되지만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접지 않고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글로벌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삼성전자나 TSMC 대신 인텔 파운드리로 발주처를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텔이 파운드리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면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의 기업들이 인텔 파운드리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삼성전자의 고객군 일부가 인텔로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텔은 미국의 든든한 후원도 받고 있다. 애리조나 공장 건설 지원금 명목으로 미 정부로부터 총 200억 달러(약 26조6400억원)를 받기로 했다. 또 분사 결정을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3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받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지 역량을 모두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 요구에 맞춘 통합 인공지능(AI) 솔루션 턴키 서비스 등의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 삼성전자, 턴키 서비스로 고객 유치 강화 전망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턴키 전략'에 속도를 내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등 AI 반도체를 일괄 수행할 수 있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월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고성능, 저전력 AI 솔루션을 완전히 통합해 제공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 하나뿐이며, 삼성 파운드리의 확실한 경쟁력"이라며 "최대한 효율적이며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분사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할 때, 삼성전자는 턴키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통합적이고 강력한 생태계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효율성 증대, 공정 간의 병목 해소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턴키 서비스는 고객 유치 및 유지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