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원전 증기터빈 업무협약 맺어
일정하고 꾸준한 원전 정책 필요
박지원 회장 "원전 사업 여건 좋아져…투자 적극 추진할 것"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주의 첫 걸음을 뗐다. 내년 3월 본 계약까지 마무리하면 한국 기업들은 체코에 총 24조원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준비를 모두 마치게 된다. 원전에 대한 수출, 내수 시장도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역사적인 수주인 만큼 업계에 관심도 집중됐다.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따라 수혜를 받는 것은 국내 대표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대우건설이다. 두 회사는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체코 신규 원전 수주가 최종 확정되면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고 시공을 맡을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분야 협력 강화 위한 한·체코 협약식 참여
두산에너빌리티는 20일(현지 시간) 한국·체코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도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 기간 중 한국수력원자력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협약식은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분야 협력을 확대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협약식에서는 총 5개의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이 가운데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스코다파워와 체코 원전 증기터빈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끄는 팀코리아는 지난 7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5·6호기)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내년 3월에 본 계약을 체결하면 약 24조원 규모의 수주가 확정된다. 윤 대통령은 내년 최종 계약까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직접 체코를 방문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 펌프를 포함한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한다. 원전에 들어가는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체코에 세운 자회사 두산스코다 파워가 제공한다.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선 국내외 사업과 점유율 확장을 위한 기회를 얻은 셈이다. 24조원대로 추산되는 이번 원전 사업 수주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은 최소 8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체코 원준 수주가 중요한 이유는 체코 원전이 유럽에서도 상당히 선진한 기술과 상용화 시장을 보유한 곳이기 때문이다. 체코가 한국의 원전 기술을 선택한다는 것은 유럽 시장에 대한 일부 인증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따른다.
두산에너빌리티엔 이번 수주 확보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두산 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중공업)는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2020년 유동성 위기까지 겪어야 했다. 이후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대응을 이어갔고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실적 회복기에 올랐다.
지난 7월 두산그룹이 진행했던 지배구조 개편의 효능을 시험할 타이밍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은 금감원과 시장 반발에 개편안의 핵심이었던 로보틱스와 밥캣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밥캣을 분할하는 합병은 그대로 유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사업을 위한 투자 여력 확보 떄문이라고 말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2020.07.14 dream@newspim.com |
◆국내외 원전 시장 접근성 확보…생태계 확장 이룰까
원전 부품 업계의 수출 측면에서도 시장에 대한 접근성 확보라는 호재가 생긴다. 추후 예정된 체코 테멜린 3·4호기 수주는 물론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의 원전 시장 진출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추가 원전 수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팀코리아의 진출로 한국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도 가능해진다.
내수 시장 역시 원전 중심으로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부품 업계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거의 고사한 상태다. 이번 정부 들어 신한울 3·4호기 재개 등 신규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원전 부품 생태계는 일부 복원 추세에 돌입했으나 아직까지 이전 단계만큼의 회복은 이루지 못했다.
기대와 함께 우려로 떠오른 것은 원전 관련 정책의 일관성이다. 두코바니 원전은 2029년에 착공 예정이다. 따라서 체코 원전 수주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관련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수익을 얻는 것은 최소 2030년 이후로 추정된다.
에너지 산업은 전력기본수급계획 등 정부의 정책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정권 교체 이후 원전 관련 정책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 사업을 비롯한 에너지 사업은 수익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원전의 경우 폐기물 처리장 등 기반 시설 확보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정책이 바뀐다면 사업자들의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대통령과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덕분에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힘든 경쟁을 뚫고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종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추가 수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원전 사업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원전산업 생태계와 지역경제를 더욱 활성화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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